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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 몰고 한밤 서원-향교 훑었다

Posted March. 31, 200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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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과 전남, 충남 일대의 사찰 및 개인박물관 등지를 돌면서 보물급을 포함한 문화재 2350여 점을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훔친 문화재에는 대구 달성군 도동()서원 중정당(보물 350호)의 기단석(건축물 등의 기초로 쌓는 돌)과 전남 보성군 뿌리깊은나무박물관에 있는 불상 광배(머리 뒤에 놓는 빛 장식) 등 귀중한 문화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도난사건=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문화재를 훔친 박모(53) 씨와 훔친 물건을 고미술상에 연결해 준 알선책 정모(46) 씨를 31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정 씨는 한국고미술협회 지부장을 지낸 바 있다.

경찰은 또 이날 장물알선책 손모(53) 씨 등 2명에 대해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장물을 사들인 권모(63)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 등 4명은 2월 15일 오후 8시경 도동서원에 들어가 조선 초기에 제작된 중정당 기단석 2점을 훔치는 등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11차례에 걸쳐 문화재 2350여 점을 훔친 혐의다.

이들은 훔친 문화재를 정 씨 등 고미술품 전문가들에게 넘겼고 정 씨는 이를 다시 다른 고미술상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압수된 문화재에는 최근 문화재청에 도난신고가 접수된 뿌리깊은박물관의 불상광배 등 5점, 충남 서산 해미향교에 소장된 전적류() 8점, 전남 영광 정씨 문중이 소장하고 있던 장군석() 2점, 안동 권씨 등 9개 문중의 족보와 교지도 포함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도난품 수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며 아직 충분한 감정을 거치지 않았지만 도난품 가격은 80억 원대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외에 4, 5개의 문화재 전문 절도단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문화재의 해외 유출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는 한편 달아난 공범 김모(41) 씨 등 3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도난에 취약한 문화재=박 씨 등은 크레인이 장착된 트럭을 몰고 다니며 야간에 인적이 뜸하고 관리가 취약한 서원과 향교에 들어가 석물() 등 비()지정 문화재를 훔쳤다고 경찰은 밝혔다.

올 초에도 전남 일대의 묘지에서 비지정 문화재인 조선시대 장군석 1쌍 등 20억 원 상당의 고미술품을 훔친 은모(54) 씨 등 3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비지정 문화재란 시도의 조례에 의해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 중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 관리가 소홀해 도난당하기 쉽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여기에다 소유자들이 공개를 꺼려 정확한 현황 파악도 쉽지 않다.

또 문화재 절도범들은 보통 장물거래 단계까지 점 조직으로 구성돼 있어 경찰은 범인 검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