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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출전하려면 아마신분이 훨씬 유리

마스터스 출전하려면 아마신분이 훨씬 유리

Posted February. 22, 2005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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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어드밴티지는 있지만 코스가 짧아 저에게 크게 유리한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그동안 저를 사랑해주신 팬들을 위해 꼭 우승트로피를 갖고 싶어요.

이날 연습라운드에는 어김없이 아버지 위병욱(하와이대 교수)씨와 어머니 서현경씨도 동행했다. 위병욱씨는 거리측정용 쌍안경까지 사용하며 정확한 거리를 메모했고 어머니는 딸의 간식과 보양식을 배낭에 메고 18홀을 같이 돌았다.

팬은 물론 골프관련의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미셸 위가 언제 프로 전향할 것인가 여부.

언젠가는 프로에 데뷔하겠죠. 그런데 대학에는 꼭 가고 싶어요. 제 꿈은 마스터스대회 출전인데 아마추어 신분으로 있을 때 가능성이 더 크거든요.

마스터스 출전 자격은 미국PGA투어 상금랭킹 40위, 세계랭킹 50위 이내 등 좁은 문.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프로에 뛰어들면 그 꿈을 달성하기 힘들어진다. 반면 아마추어는 US아마추어퍼블릭링크스에서 우승하거나 US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준우승만 해도 초청장을 받을 수 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을 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는 세상 사람들의 생각(여성의 마스터스 출전을 불가능)을 바꾸고 싶어요.

미셸 위의 우상은 골프황제타이거 우즈. 우즈처럼 인터로킹(오른손 새끼손가락과 왼손 검지손가락을 엇갈리게 잡는 것)그립으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대학도 우즈를 따라 스탠포드에 진학하고 싶단다.

아버지 위 씨도 아직은 딸의 조기 프로전향에 부정적이다. 미셸이 대학진학을 원하니 당분간 프로전향 계획은 없습니다. LPGA 정규대회에서 우승하면 시드가 확보되지만 그것은 그 때가서 결정할 일이죠.

성대결(미국PGA투어) 등 성인무대에 종종 출전하는 그에 대해 우즈는 미셸은 또래들과의 경기에서 우승하는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충고한 적이 있다. 그러나 미셸의 생각은 다르다. 큰 대회에서 한번 우승하는 것이 작은 대회에서 열 번 우승하는 것보다 값진 것 아닌가요라며 당찬 표정.

그의 키는 지난해보다 2cm 더 자란 185cm. 큰 키 덕분에 다른 선수보다 먼저 포대그린 위에 떨어진 볼의 움직임을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전부예요. 이제 더 크고 싶지 않아요. 짧아져 못입게 되는 바지가 생기고 영화 보러가도 매표원이 어른 표를 주거든요.

2년 전 제주에서 열린 나인브릿지클래식에 출전했을 때보다 한국말이 유창해진 미셸은 16번홀(파4398야드)에서 드라이버티샷을 300야드 지점의 연못에 빠트린 뒤 아빠, 이 홀은 3번우드 홀이야. 드라이버 잡을 필요없겠어라고 말했다.

13번홀을 홀아웃한 후 어머니 서현경씨 배낭에서 흑염소즙이 나왔다. 미셸이 12살 때부터 하루 2봉지씩 먹었다는 그 흑염소즙이다.

미셸이 처음엔 메쓰껍다고 꺼려했지만 이제는 참고 잘먹어요. 연습라운드까지 4,5일을 뛰어야 하는 골프경기에서 스태미너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나봐요.

하와이에선 하루 12시간 케이블 방송으로 한국 TV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미셸은 얼마 전 끝난 국내 모 방송국의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가장 좋아한다. 비디오까지 빌려다 두 번씩 봤다고.

어린아이 같던 표정이 화제가 골프로 옮아가자 다시 어른스러워진다. 고국에 계신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멋진 플레이를 보여드릴께요. 이번엔 우승을 기대해보세요.



안영식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