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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투혼월드컵대표 자신

Posted January. 06, 200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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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흐릿한 눈동자, 순박해 보이는 표정, 175cm, 66kg의 평범한 체격. 축구대표팀 소집을 이틀 앞둔 5일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숙소에서 만난 김두현(23사진)의 모습이다.

그가 주전을 놓고 경쟁하는 미드필더 자리는 최근 부상에서 회복돼 돌아온 진공청소기 김남일(전남 드래곤즈)에 올림픽대표 출신 김정우(울산 현대), 노련한 김상식(성남 일화) 등 경쟁자가 즐비하다.

하지만 진정한 강자는 발톱을 감춘다고 했다. 승부욕을 겉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요. 저는 후자 쪽이에요. 라이벌이요? 제 자신이 라이벌이죠.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올 것이고, 전, 자신 있어요.

눈동자에 힘이 들어가자 인상이 사나워졌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미국 전지훈련에서 강도 높은 체력 테스트를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자신 있느냐고 묻자 그는 재작년 대표팀 체력 테스트에서 2등 했다며 씩 웃는다.

통진종고 졸업 후 2001년 수원 삼성에 입단한 그는 프로 4년차였던 작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8강 진출을 이끌었고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몰디브 전에서 천금같은 중거리 슛 결승골로 2-0 승리를 견인했다. 또 소속팀은 K리그에서 우승했으며 자신은 K리그 베스트 11에 뽑혔다.

그는 성장 동력으로 적극성을 꼽았다. 그 예로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축구가 하고 싶어 무작정 새벽에 조기축구회를 찾아 나섰던 일화를 들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부모를 졸라 축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간 뒤 테스트를 받고 선수가 됐다. 훈련이나 경기가 끝날 때마다 축구에 대한 통찰이나 자기 평가를 꾸준히 메모해 온 것이 A4 용지로 200장 분량이라는 얘기도 했다. 경기의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그에 대한 평가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앞으로 시작될 대표팀의 훈련에서는 2명 중 한 명이 탈락해야 합니다.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뛰어 반드시 주전자리를 꿰차고 말겠습니다.



김성규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