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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색깔은 슬프지만 밝은 애이불비

Posted November. 30, 2004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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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앤블루스(R&B)나 솔(soul), 팝 다 좋아 합니다. 다만 이 장르들을 내 색깔로 만들어내는 데 고심할 따름이죠.

그 색깔이 뭘까. 애이불비(슬프지만 슬픔을 드러내지 않는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난달 20일 솔로 2집 앨범을 낸 브라운 아이즈 출신의 가수 윤건(27)의 음악은 슬프지만 울지 않는 것이 특징. 그는 울음이 나오는데 웃고 있는 듯한 표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새 음반에서 리듬앤블루스(R&B)와 한국인 고유의 감성을 접목시켰다. 음색과 가사는 슬프지만 멜로디는 밝다. 그루브(groove흥겨운 리듬감)도 느껴진다.

윤건은 보컬의 절제를 통해 이 같은 이율배반의 음악을 시도하고 있다.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는 가성이 아니라 진성이다. 그만큼 슬픔의 보컬을 드러내지 않는다. 또 피아노 기타의 어쿠스틱 반주에 일렉트릭 음향을 가미해 감정의 치우침을 걸러낸다.

한곡 한곡은 물론 앨범이 전반적으로 통일된 인상을 줘야 합니다. 이를테면 개별 곡의 멜로디 보컬 가사가 애이불비이듯, 앨범도 전체적으로 애이불비이어야 하죠.

그는 앨범 수록곡 10곡을 모두 작곡했다. 타이틀곡 헤어지자고는 MBC에서 내년 1월 방송 예정인 드라마 슬픈 연가의 주제가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는 김희선 권상우 송승헌이 출연했으며 12억원을 들였다.

헤어지자고는 연인이 헤어지자고 말하는 순간을 노래한 곡으로 1년 전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메인 테마가 떠올랐다고 한다. 기타 피아노 연주를 배경으로 바이올린 선율이 애절함을 더하지만 리듬은 흥겹다.

이젠 잘 할 수 있는데는 윤건이 직접 작사한 노래. 보사노바 리듬과 일렉트릭 사운드를 조화시킨 라운지음악이다. 배드 걸은 호주 여성 래퍼 사파이어가 랩을 맡은 힙합으로 5음계를 사용해 동양적 느낌을 풍긴다. 미국의 가곡 메기의 추억에서 영감을 얻은 견뎌내겠지는 함춘호의 기타 반주만으로 진행되는 노래. 우리만의 향기롭던 기억해줘-With You는 슬픈 가사와 흥겨운 리듬 등 애이불비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음악적으로는 소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장비에 많은 투자를 했고, 가사 전달을 위해 보컬 연습도 많이 했습니다. 점점 제 색깔을 찾아 가는 것 같아요.

윤건은 요즘 내년 1월 발매될 드라마 슬픈 연가의 OST 작업에 바쁘다. 그는 브라운 아이즈 때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TV 출연은 고사할 계획이다.

별다른 뜻은 없습니다. TV는 노래하고 상관없는 듯해 여전히 낯설 뿐이죠.



김선우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