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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불안 신드롬

Posted October. 10, 2004 23:24,   

국제테러조직인 알 카에다가 한국을 주요 테러 대상 국가 리스트에 올렸다는 보도가 나온 뒤 일반인들이 테러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또 기업들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테러 경계령 확산=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해외통신사는 최근부터 사무실 입구에서 외부인 신원확인 절차를 실시하고 있다. 직원들이 평소 휴식장소로 자유롭게 이용하던 후문에도 전자출입시스템을 설치하고 보안요원을 추가로 배치했다.

이 회사는 또 인공위성이 수십초에서 수분 단위로 바뀌는 개인별 식별번호를 알려주면 이를 수신해 표시하는 칩이 내장된 신분증을 사원들에게 배포했다. 직원들은 사내 전산망에 접속할 때마다 이 식별번호를 입력해 자신의 위치를 본사에 알리고 접속 인가를 받는다.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한 국제금융여신회사는 이달 초 전 직원을 대상으로 테러 대비 훈련을 가졌다. 모의 테러 상황이 발령되자 이 회사 직원 30여명은 주요 자료를 이동용 메모리장치에 백업하고 미리 분류해 둔 주요 서류를 챙기는 등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건물을 신속히 탈출했다. 미리 정해놓은 인근 호텔로 전 직원이 대피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5분. 미국 본사에서 내려준 매뉴얼에는 각각의 단계적 행동에 걸리는 예상시간이 명시돼 있다.

일부 국내 대기업은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국내 주요 보험사에서 보상상품 찾기에 부산한 모습이다. 국내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L사 관계자는 한국이 테러 대상국으로 지목됐다는 소식이 나온 뒤 하루에 10통 이상씩 테러와 관련된 보험상품을 묻는 전화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불안한 내외국인들=경찰은 한국이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소식이 전해진 뒤 테러 관련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며 사소한 신고에도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화기와 방독면 등을 판매하는 H소방업체는 판매 사이트에 방독면이라는 단어 검색횟수가 지난주에만 40% 이상 늘어났다며 일주일에 1개 정도 팔리던 방독면이 일반인에게 지난 한 주에만 10개 이상 팔렸다고 말했다.

국민의 불안이 커지자 국가정보원은 테러범 식별요령이라는 책자를 발간해 인천국제공항과 주요 역에 배포했다. 책자에는 하체에 비해 지나치게 허리가 굵은 사람 계절에 맞지 않게 두껍고 긴 상의를 입은 사람 등 폭탄을 몸에 숨겼을지도 모를 사람을 주의 깊게 보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테러 경계령 이후 한국에 사는 이슬람계 거주자들도 불편해 한다. 이들은 툭하면 경찰 검문을 받는가 하면 일부 한국인에게서 욕설을 듣기도 한다.

파키스탄 출신의 무역업자 샤리크 사에드는 정체도 분명치 않은 테러단체와 이슬람과는 전혀 별개라는 사실을 알아 달라고 호소했다.



김재영 정세진 jaykim@donga.com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