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산층과 서민의 불만이 고조되자 정부 여당이 뒤늦게 재정지출 확대, 금리 인하, 부동산경기 활성화 등 경기부양 수단을 총동원하고 나섰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빚을 내서라도 재정지출을 늘리기로 한 데 이어 한국은행은 물가 불안을 무릅쓰고 콜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부동산정책의 기조도 투기 억제에서 투자 및 거래 활성화로 바뀌고 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이 위기는 아니다고 주장하며 단기부양책을 절대 쓰지 않겠다던 정부 여당의 입장이 하루아침에 바뀐 셈이다. 노무현() 정부도 결국 경제위기를 인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단기부양책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재정건전성 악화나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도 가져온다고 우려한다.
이에 따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하여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하는 근본대책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 여당에 이어 한은까지 경기 살리기에 올인=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상당수 시장 관계자의 예상을 뒤집고 콜금리 인하라는 깜짝 처방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국내 경제상황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한은 박승() 총재는 지금은 국가경제를 위해 물가보다 경기회복에 더 신경써야 할 때라며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물가안정이 최우선 목표인 한은 총수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발언이다.
박 총재는 6월부터 내수 감소세는 멈췄지만 수출 증가율이 떨어지고 건설경기가 나빠지고 있는데다 고()유가까지 겹쳤다며 이대로 두면 (어려운 상황이) 내년까지 갈 수 있다며 금리인하 배경이 내수경기 회복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한은은 콜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기업과 가계의 대출금리 부담은 각각 1조2000억원과 1조3000억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단기처방 안 쓰겠다더니=경기부양을 위해 재정과 통화정책에 이어 감세정책까지 동원되고 있다. 정부는 소득세와 법인세에 대한 일률적인 감세()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등 각종 세액감면제도를 통한 선별적인 감세정책까지 동원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부동산정책 기획단을 재정경제부 산하에 두어 부동산관련 정책을 총괄하도록 했다. 이로써 부동산정책의 지휘봉이 진보성향의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으로부터 시장론자인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에게 넘어감에 따라 부동산정책의 기조도 시장친화적인 방향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는 경기에 대한 낙관론으로 일관하며 단기부양책을 쓰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국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한 셈이다.
이정우 위원장은 6월 말 한 간담회에서 참여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전을 생각하는 장기주의를 택하고 있다며 단기부양책은 없는 만큼 이해하고 행동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 여당이 경제정책 기조를 180도 바꾼 것은 현재의 경기에 대한 인식변화와 함께 근거가 약한 경제낙관론으로 민심이 떠나고 있다는 열린우리당의 위기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단기부양정책 얼마나 효과낼지 의문=경제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가 경제주체들의 위축된 심리를 개선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재정건전성 악화와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도 클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열린우리당과의 경제정책간담회에서 물가부담을 수반하는 대규모 부양정책은 정당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정지출 규모가 최소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경제연구소 임원은 금리인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만 부추길 뿐 경기부양 효과는 거의 없다며 금리생활자들의 이자수입 감소로 소비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단기 부양정책보다는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감세나 재정지출 확대 등 단기처방으로 경제를 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투자를 살리고 경제주체들의 신뢰를 되찾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