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주한 벨기에 대사관저에 강도가 침입해 쿤라드 루브루아 대사(58) 부부가 6시간 이상 감금되고 금품이 털린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대사관저에서 근무하다 해고된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불법체류자 K씨(24)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추적 중이다.
이번 사건은 수도 서울의 외국공관 밀집지역에 위치한 대사관저에 강도가 침입할 정도로 경비가 허술했다는 점에서 경비문제가 외교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건 발생=16일 오전 12시경 이태원동 주한 벨기에 대사관저에 강도가 침입해 2층 안방에서 자고 있던 루브루아 대사와 부인 데르나데트를 감금한 뒤 금품을 털어 달아났다.
경찰은 복면을 쓴 흑인 1명이 대사 부부의 손발을 전깃줄로 뒤로 묶고, 테이프로 입을 막은 뒤 대사는 관저 지하1층 보일러실에, 부인은 2층 다락방에 감금했다고 밝혔다.
대사 운전사인 박모씨(62)는 필리핀 가정부가 오전 7시15분경 관저에 출근해 대사 부부가 감금된 사실을 알려와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대사 부부는 별다른 외상은 없지만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순천향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범인은 신용카드 2장과 돈을 훔쳐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액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수사=경찰은 일단 면식범의 소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범인이 담을 넘어 들어간 후 외부인이 쉽게 찾기 힘든 지하통로를 이용해 집안으로 침입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 경찰은 또 다락방의 위치도 외부인이 알아내기 어려운 데다 2층 안방까지 접근하는 동안 아무런 기물을 손상시키지 않은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와 관련해 루브루아 대사는 몸집과 목소리, 눈매 등을 봤을 때 최근에 해고된 K씨가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K씨에 대해 출국정지 조치했다.
경비 소홀?=현재 서울에는 87개국의 163개 대사관 및 관저가 있으며, 공관경비대 1400여명이 경계를 서고 있다.
특히 경찰은 올 3월 스페인 열차 테러 이후 이라크 파병국 공관의 경비를 강화했다. 그러나 벨기에는 파병국이 아니기 때문에 1명의 경비초소 근무자와 1명의 순찰 근무자가 경계근무를 서 왔다.
이번 사건으로 경찰의 경비 소홀이 문제가 될 경우 외교적인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22조에 따르면 접수국은 공관지역 침입을 보호할 특별한 의무를 지닌다고 적시돼 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김기정() 교수는 다른 나라 대사관이 침입을 당할 정도면 이 나라의 치안은 대단히 불안한 것이라며 외교적으로 많은 항의를 받을 것이고 우리도 깊은 유감을 표명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은 당시 정상적인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고, 벨기에측이 방범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한국측의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