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혈액인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
수출업종의 대기업들은 수출 호조로 번 돈을 투자하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쌓아 두고 있다. 그나마 돈의 흐름이 활발했던 부동산시장도 최근 들어 거래가 끊기면서 얼어붙고 있다. 이래저래 여윳돈은 은행으로 몰리고 있지만 은행은 대출해 줄 데가 없어서 고민이다.
이처럼 돈이 돌지 않으면 경제도 사람의 몸처럼 손발부터 썩어 들어가는 증상이 나타난다. 서민층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다 못해 쓰러지는 현재의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4분기(13월) 중 총유동성(M3) 증가율은 5.1%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1%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 같은 통화량 증가율은 2000년 24분기(46월)를 제외하고 1986년 이후 분기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00년에는 기업들이 부채비율 감축을 위해 대출을 대거 상환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M3 증가율은 11.513.5% 정도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김재천()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개인들은 이미 가계대출 현금서비스 등을 통해 미래 소득까지 써 버려 돈을 더 빌릴 수 없는 상태라며 우량 대기업은 대출을 받지 않고 중소기업은 대출을 받기 어려워져 돈이 은행창구를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유동성 증가율도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세금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임에도 은행에는 예금이 계속 쌓이고 있다. 3월 말 현재 19개 은행의 예금 액수는 722조744억원으로 지난해 3월 말보다 8.13% 늘었다.
대기업은 여유 자금이 쌓아 놓고 대출을 받지 않아 4월 중 대기업 대출금리는 연 5.70%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는 최근의 부동산시장 거래 중단은 건축투자까지 얼어붙게 해 전체적인 돈의 흐름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며 유일한 해결책은 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노사관계를 안정시켜 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는 한편 부자들의 불안감을 줄여 이들이 돈을 쓰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