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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핵대결 해빙 신호인가

Posted January. 02, 2004 23:13,   

새해 벽두부터 북한이 다음주 평양을 방문하는 미 대표단의 영변 핵시설 방문을 허용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북한의 핵시설 공개 의도와 미 행정부의 대표단 방북 승인 배경을 놓고 추측이 분분하다.

사전에 공개된 방문이 아니라 아직은 대표단의 정확한 성격조차 규명되지 않았지만 미 행정부가 북핵 해결 시한을 3월로 잡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까지 이어져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의 노림수는?=정부는 일단 대표단의 성격을 미 의회 전문위원 팀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북한이 미 의회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대표단의 영변 핵시설 방문을 받아들인 것은 아무래도 시간벌기용 성격이 짙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6자회담이 공전되는 상황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을 경우 시간이 북한에 불리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과 함께 미국이 지목한 불량국가 그룹에 속했던 리비아가 최근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기로 한 점을 고려할 때 북한도 국제사회를 향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 같은 태도 변화를 통해 6자회담 재개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미국 대표단이 영변 핵시설을 방문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곧바로 대북 압박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미 의회 전문가그룹이 방북하더라도 방문할 핵시설 선정문제와 공개 수위 등을 둘러싸고 실랑이를 벌일 가능성이 높아 이번 방북이 북핵 문제 해결의 전기가 될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

특히 이번 방문은 미 정부 차원의 공식 방문이나, 핵개발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정식 사찰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의 조치가 6자회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정부당국자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미 행정부가 방북 허락한 배경은?=USA 투데이는 미 행정부가 지난해 1월 커트 웰던 하원의원(공화당펜실베이니아) 등 하원의원단의 평양 방문을 반대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시그 헤커 박사를 비롯한 미 대표단의 방북을 허락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신문은 특히 헤커 박사를 최고 수준의 핵 전문가(top nuclear scientist)라고 표현했다. 헤커 박사는 미국 최초의 핵무기를 제조한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에서 198597년 소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로스앨러모스 연구소는 로겐스리버모어 연구소와 함께 미국의 2대 핵 연구기관으로 꼽히는 곳. 미 에너지부가 지난해 4월 두 핵 연구기관에 새 핵폭탄 설계를 공모하는 문서에 공식 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조명을 받기도 한 연구소다.

여하튼 미 행정부가 대표단의 방북을 허락한 배경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과연 북한이 회담에 임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 북한 핵이 기술적 차원에서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미주연구부장) 교수는 예를 들어 북한이 미 대표단에 핵 시설 내 방사화학실험실에 들어가게 해줄지, 핵 연료봉이 현재 어떤 상태로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게 해줄지 등에 따라 북한의 핵 개발 및 6자회담에 대한 의지, 향후 의도 등을 파악하려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영식 김정안 spear@donga.com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