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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먹이사슬

Posted December. 11, 2003 23:22,   

한 중소기업 사장이 해당 지역구 의원을 접대할 일이 있어 주말에 골프장을 예약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친구인 고위직 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좀 해 줄 수가 없느냐고 지원을 요청했다.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한 판사는 결국 친한 기자에게 부탁했고, 기자는 평소 돈독한 관계인 지역구 의원에게 부탁해 부킹을 해결했다. 나중에 보니 중소기업 사장의 접대 상대는 바로 그 지역구 의원이었다. 우리 사회 먹이사슬의 생생한 사례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관련 업계 사람들은 대충 아는 이야기다. 경찰 검찰 세무서 직원이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누가 밥값을 냈을까? 답은 식당 주인이다.

전남 목포에서 뱃길로 2시간 거리인 신안의 외딴 섬 대기점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쥐-고양이-개 사이의 먹이사슬에 얽힌 얘기다. 농사와 고기잡이를 주업으로 23가구 5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이 섬에서 쥐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늘어나자 주민들은 1970년대 초 육지에서 고양이를 들여왔다. 이후 쥐들은 크게 줄었으나 집고양이와 집을 나가 야생이 된 고양이를 합쳐 400여 마리로 늘어나면서 고양이들에 의한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건조 중인 생선과 양식장 새우를 잡아먹고 잔치에 쓰기 위해 보관해 놓은 제수용 고기를 냉장고에서 훔쳐 먹는 사례까지 생겼다.

30년 동안 고양이를 상전처럼 섬겨온 주민들은 수개월 전 고양이 보호를 위해 섬에서 퇴출시켰던 개들을 육지에서 반입하기로 어렵사리 합의했다. 묶어서 키우되 고양이에게 해를 끼치면 즉시 섬에서 쫓아낸다는 조건으로 개 사육을 잠정 허가한 것이다. 그 후 6마리의 개가 섬에 들어왔고, 고양이와 개의 불안한 동거가 수개월째 진행 중이다. 고양이 때문에 섬 밖으로 쫓겨났던 개가 고양이를 견제하기 위해 섬으로 복귀한 셈이다. 이 또한 기묘한 개 팔자, 고양이 팔자가 아니랴.

어디 개와 고양이뿐이겠는가. 사람 사는 사회는 언제 어디서나 이처럼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의 관계로 이어져 왔다. 퇴직 공직자들이 소속 부처의 산하 단체나 관련기관 및 업체 임직원으로 재취업하는 낙하산인사 관행, 전관예우와 금품 향응 수사로 이어지는 판사-검사-변호사의 한통속주의, 골프장 만드는 데 도장을 780개나 받아야 하는 행정체계 등이 그것이다. 대선기간 중 정중한 협조 요청으로 재계를 압박한 정치권과, 차떼기와 채권 책 등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해 천문학적인 돈을 갖다 바친 재벌기업의 관계는 가장 추악한 먹이사슬의 표본일 터이다.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