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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청자 보물선

Posted October. 10, 200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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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시 옥도면 십이동파도 안품 해역에서 11세기 말과 12세기 초 제작된 고려시대 청자 수만점을 싣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배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가슴이 설렌다. 발굴 지점은 12개의 무인도가 원처럼 둥글게 모여 있는 곳으로 안쪽 바다가 어머니 품처럼 포근해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거의 완전한 상태의 고려청자를 가득 실은 채 선체가 매장되어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해저 보물선이나 다름없다. 국제 경매에서 명품 고려청자 한 점은 수십억원을 호가한다.

한반도 인근해역, 특히 서해와 남해는 해저 유물의 보고다. 이 일대가 중국과 일본 및 동남아 일대를 연결하는 옛 국제교역로였던 데다 수심이 깊고 펄이 잘 발달돼 있어 난파선에 실린 유물이 오랫동안 원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포의 국립해양유물전시관에 신고된 해저 유물 발견 건수만 지난 30년간 211건에 이르고, 이 중 본격 발굴이 이루어진 곳은 9군데다. 75년부터 10년간 인양작업이 계속된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는 길이 28m의 옛 중국 선체의 일부와 송원()대 도자기 2만2000여점 및 동전 28t이 쏟아져 나와 별도의 박물관을 세웠을 정도다.

지상에서 선인들이 남긴 유물을 찾아낼 만큼 찾아낸 인류는 차츰 해저유물 발굴에 관심을 쏟고 있다. 무역과 영토확장 및 전쟁물자 후송 과정에서 수도 없이 많은 배가 침몰했기 때문이다. 미국 해역에만도 10만척의 배가 난파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보물탐험가들이 특히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수많은 노획물과 금은 보화를 가득 싣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스페인 무적함대와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상선이다. 기록에 따르면 무적함대의 절반이 바다 속으로 사라졌고, 동인도회사에서 유실된 배도 250여척에 이른다.

난파선의 상징은 아무래도 1912년 첫 항해 도중 난파한 비운의 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일 것이다. 이 배에 귀중품뿐 아니라 인간과 사랑이 타고 있었다는 점에 착안한 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거대한 실물세트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을 태워 애틋한 사랑과 이별을 나누게 한 영화 타이타닉(1997)을 만들어 엄청난 부와 영예를 챙겼다. 국내 예술가들도 청자 보물선 발굴에서 많은 소재와 영감을 얻을 수 있겠다. 400여년 동안 그 실체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도 하루빨리 남해 바다 속 어디에선가 모습을 드러내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만방에 과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