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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끝났지만 저항은 안끝났다

Posted August. 10, 2003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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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전쟁 종료를 선언한 지 100일이 됐다.

부시 대통령은 9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전후 100일은 이라크 국민에게 독재가 끝나고 희망이 솟아오르는 변화의 시기였다며 이라크인 경찰 배치, 은행 개점, 새 화폐 발행, 석유 생산 등 재건을 위한 놀랄만한 발전이 이뤄졌고 이로써 이라크는 더 안전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연설은 잇단 미군 피해, 산 너머 산인 이라크 재건, 전쟁 명분에 대한 의혹 등으로 국내외에서 일고 있는 비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전해진 이라크?=종전 선언 이후 100일 동안 미군 56명이 이라크에서 사망했다. 이달 초에는 사업차 방문한 미국 민간인 희생자도 생겼다.

9일에는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에서 영국군이 공격을 받았다. 바스라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치하에서 박해를 받아온 시아파들이 많아 그동안 미영 연합군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던 지역이다.

또 이라크인의 저항뿐 아니라 테러 세력의 공격도 위협이 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9일 전했다. 7일 이라크 주재 요르단 대사관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사건으로 적어도 17명이 사망했다.

폴 브레머 미 군정 최고행정관은 8일 미군이 전쟁 중 소탕하려고 했던 테러 조직 안사르 알 이슬람 소속 과격 세력이 전쟁 중 이란으로 도피했다가 최근 이라크에 잠입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부시 행정부는 안사르 알 이슬람이 알 카에다와 연계돼 있다고 주장해왔다. 브레머 행정관은 국외로 빠져나갔던 이라크 과격 세력들이 귀국해 미군과 과도 행정기구를 겨냥해 대규모 테러공격을 가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알 카에다 조직원이 이라크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바그다드 함락 후 4개월이 지나도록 후세인을 잡지 못한 것도 백악관을 골치 아프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은 9일 일부 지역 치안을 새로 구성된 이라크 보안군에 처음 이양하는 등 치안 책임을 이라크인에게 넘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미군은 지방정부청사, 병원뿐 아니라 10월부터는 더 민감한 시설의 치안 책임도 이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멀고 먼 정부 구성=부시 대통령은 9일 연설에서 새 헌법 제정, 자유선거 실시 등을 약속했다. 브레머 행정관도 최근 이라크 총선은 1년 안에 실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라크에는 아직 과도정부조차 제대로 출범하지 못했다. 과도통치위원회가 있지만 복잡한 종교, 종족 간 알력 때문에 합의 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5명의 위원 중 9명이 과도통치위 수반을 번갈아가면서 맡는다는 정도의 동의만 겨우 이뤄진 상태다. 미군 주도로 구성된 과도통치위에 대해 대표성과 정통성이 없다는 문제 제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 재건은 언제?=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9일자)에서 미군의 이라크 점령 비용을 주당 10억달러로 추정하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미국의 재정적자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울펀슨 세계은행 총재는 이라크에 합법적인 정부가 들어서야만 재건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라크 석유를 수출해 재건 비용을 대겠다는 미국의 계획도 조만간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유산업 민영화 등 경제 재건을 위한 계획은 선거를 통해 새 이라크 정부가 들어선 뒤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인 데다 송유관 등 산업시설에 대한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이 그치지 않고 있어 석유 생산 재개가 더디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신 종합 연합



김승진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