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의 임단협 타결로 앞으로 현대차의 해외진출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합의가 2010년까지 200만대 해외생산기지 구축이라는 현대-기아차의 비전 달성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해외진출을 가로막는 노사 합의사항=전문가들은 국내 공장 생산물량 2003년 수준 유지 공장 이전시 노조에 90일 전 통보 해외공장 건설을 이유로 희망퇴직 금지 생산라인 조정시 노조 동의 등을 문제의 조항으로 꼽고 있다.
대우증권 조용준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는 이사회 결정만으로 해외진출을 결정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노조의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해외진출 의사결정의 속도와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경영전략 수립에서 이 같은 속도저하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서바이벌 게임이 계속 진행 중인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경쟁력 저하로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것.
세종증권의 용대인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자동차 경기와 현대차 후속모델의 성공 여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해외공장 건설 후에도 노사합의에 따라 국내 공장 생산물량을 2003년 수준(180만대로 추산)으로 유지해야 하고, 생산라인을 조정할 수 없게 된다면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진출이 중요한 이유=현대차의 생산능력은 214만대. 이중 해외 생산능력은 25만대로 전체 생산능력의 10%를 겨우 넘고 있다. 반면 일본 자동차업체를 포함해 굴지의 자동차업체들은 모두 해외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현대차는 아직까지는 생산기지의 글로벌화가 초보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셈.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2010년까지 국내 300만대 생산, 해외 200만대 생산이라는 글로벌 톱5 진입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미국 앨라배마에서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있는 중이고 유럽 공장 터도 물색 중이다. 올해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 중국 공장도 생산시설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삼성증권의 김학주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판매뿐 아니라 생산에서도 다변화가 이뤄져야 하며, 마케팅과 애프터서비스에서도 현지에 공장이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엄청난 차이라고 말했다.
또 무역장벽과 수입관세 문제 등을 극복하려면 미국 유럽 중국 등지에서 대규모 현지 생산능력을 갖추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