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사당 구내식당에서 프렌치(프랑스)라는 단어가 사라지게 됐다. 이라크와의 전쟁 개시를 놓고 벌어진 미국과 프랑스의 감정 싸움 때문이다.
미 하원 행정위원장인 공화당의 밥 네이 의원은 11일 미 의사당 롱워스 빌딩 구내식당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어 구내식당 메뉴 가운데 프렌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을 모두 프리덤(자유)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프렌치 프라이는 프리덤 프라이로, 프렌치 토스트는 프리덤 토스트로 바뀌게 됐다.
네이 위원장은 이 조치는 소위 우리의 동맹이라는 프랑스가 그동안 취한 행동에 대해 의회의 많은 사람들이 강한 불만을 보여주기 위한, 작지만 상징적인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를 제안한 월터 존스 공화당 하원 의원은 이것은 남의 이목을 끌기 위한 정치 활동이나 선전 활동이 아니며 우리는 매우 진지하다면서 이걸로 세계의 토론이나 진로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프랑스인들에게 반감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내식당에 대한 행정권한을 갖고 있는 행정위원회는 위원장의 결정에 따라 곧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미국의 일반 식당들도 이에 동참할 뜻을 밝히는 등 파장이 커질 것 같다. 이미 플로리다주 팜 비치 카운티에서는 프렌치 프라이라는 식당 메뉴 대신 버터플라이 밸럿을 사용하자는 결의안이 의회에 제출돼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이라크전 강행 방침에 대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반대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자 미 행정부와 의회는 물론 국민 사이에서도 프랑스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앞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1월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독일과 프랑스를 겨냥해 그들은 더 이상 유럽을 대표하지 않는다. 그들은 늙은 대륙이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한 프랑스는 미국에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양국 언론들 사이에 말()전쟁까지 벌어졌다.
미국 언론들이 프랑스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은공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국가로 몰아붙이자 프랑스 언론들이 미국의 일방적 외교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 한편 워싱턴의 프랑스 대사관 관계자는 프렌치 프라이는 원래 벨기에에서 들어왔다며 우리는 매우 심각한 문제를 다루고 있어 감자에 이름을 붙이는 문제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