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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수위, 부처 의견 존중해야

Posted January. 10, 2003 22:43,   

엊그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의 한 전문위원이 노동부의 업무보고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은 인수위와 현 정부 부처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그는 보고내용이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노동관련 공약과 다른 점이 많다. 정책방향이 맞지 않으면 자기네들이 (인수위에) 맞춰야 할 것 아니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인수위와 정부 부처를 상하관계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말이 아닌가.

그러나 인수위는 결코 정부 부처의 상위기관이 아니다. 이름 그대로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 현정부의 정책을 파악해 대통령당선자가 순조롭게 대통령직을 인수하도록 하는 한시기구일 뿐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현정부 부처가 인수위에 보고하고 건의할 의무는 없다. 인수위 활동에 협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노동부는 노 당선자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공약이 근로형태가 천차만별인 우리 노동현실에 비추어 지켜지기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인수위는 일단 실무부처의 의견에 충분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 다음 재계 및 노동계의 이해 등을 종합검토해 대통령당선자에게 정책방향을 제시하면 된다. 공약을 계속 유지할지, 대안을 찾을지는 새 정부가 결정할 일이고 관련법의 제정이나 개정은 국회의 몫이다.

법무부가 인수위의 검찰개혁안에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존중돼야 한다고 본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공직비리수사처 신설과 상설특검제 운영에도 검찰개혁의 긍정적 측면과 기능 중복 및 검찰위상 추락이란 부정적 측면이 있다. 인수위는 두 측면을 객관적으로 검토하면 된다. 한쪽으로만 밀어붙이는 것은 곤란하다.

일부 정부 부처가 인수위 입맛에 맞추려는 듯 기존 정책을 서둘러 바꾸는 것도 옳지 않다. 당선자측은 그런 결과가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인수위가 넘치는 행동을 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