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하원이 이라크에 대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군사력 사용을 승인한 하루 뒤인 12일 미 국방부는 유럽과 미 캘리포니아주 주둔 핵심 전투요원들에게 쿠웨이트 파견을 명령했다. 또 수십만명에 이르는 전투 병력을 대상으로 이라크군의 생화학 무기 공격 가능성에 대비한 천연두 백신 접종을 검토하는 등 미국의 전쟁준비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의 무력 사용 반대입장이 여전해 부시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군사작전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개전준비미 국방부는 독일 주둔 육군 제5군단과 캘리포니아주 주둔 제1해병원정대 사령부 요원들에게 쿠웨이트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이 12일 보도했다.
해군 및 공군 부대 사령부 요원들이 이미 걸프지역에 배치돼 있는 상황에서 5군단 등 전투요원 파견에 이어 다음달 이라크전을 총지휘할 중부군 사령부 파견대가 주둔지인 플로리다에서 카타르로 이동할 예정이다.
미 국방부는 이와 함께 보건당국의 승인이 떨어지는 대로 다음달 중순 최대 50만명의 미군에게 천연두 백신 접종을 시작할 것이라고 빅토리아 클라크 국방부 대변이 밝혔다. 외신들은 140만명의 현역병 가운데 35만50만명이 접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 대부분은 중동에 파견될 가능성이 있는 부대 소속이라고 덧붙였다.
신중한 국제여론미셸 알리오 마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11일 폭발사고를 일으킨 유조선 랭부르호에서 TNT폭탄의 흔적을 발견했지만 이 같은 증거가 미국의 일방적인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는 프랑스의 입장을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유엔의 새 결의안을 지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은 여전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요슈카 피셔 독일 부총리 겸 외무장관도 이날 미 의회의 움직임과 관계없이 이라크 공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2일 사설에서 미국은 최후까지 전쟁 이외의 수단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에 신중한 행동을 촉구했다. 도쿄신문 역시 사설을 통해 미국 의회가 내달 초 중간선거를 의식해 결의안을 채택했다면 국제사회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선제공격을 경계했다.
이라크의 대응이라크 정부는 미 의회 결의안 통과를 강력히 비난하는 한편 한스 블릭스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단장과 모하메드 엘 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사무총장에 두번째 서한을 보내 아무런 장애 없는 사찰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라크측은 쟁점으로 떠오른 이라크 대통령궁 등 핵심 의혹시설에 대한 무제한 접근을 약속하지는 않았다고 IAEA 대변인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