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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악몽 재연될라

Posted September. 17, 2002 23:00,   

정몽준 의원의 대선출마에 대해 재계는 기업인 출신 대선후보에게 바라는 기대감과 정치역풍을 우려하는 정서가 교차하는 미묘한 반응을 보였다.

정 의원은 8월 하순부터 재계의 월드컵대회 지원에 감사한다는 이유로 구본무 LG 회장, 손길승 SK 회장 등을 만났으며 이웅렬 코오롱 회장,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과 골프회동을 갖는 등 재계와의 접촉빈도를 높여왔다.

그러나 주요 그룹과 경제단체들은 정 의원 출마가 현실화된 17일 현대가()와 마찬가지로 공식적인 언급을 꺼렸다. 전경련이나 대한상공회의소 임원들은 괜한 일에 얽히고 싶지 않다며 코멘트를 거부했다.

LG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정 의원이 현대그룹 출신이지만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상 대선후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다른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불가근 불가원( )의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12일 전경련 회장단회의 후 정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좋다고 생각한다. 서민적이고 털털해 보여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이날 이 회장 발언의 의미를 의례적인 덕담으로 축소하면서 입장표명을 거부했다. 한 관계자는 현대가의 대선출마에 대해 삼성이 우려하고 있다는 시장의 관측에 대해 삼성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SK그룹의 한 임원은 기업인이 아닌 정치인이 대선출마 선언을 한 것일 뿐이라며 무덤덤한 반응.

주요 그룹의 공식입장과 달리 경제인들은 기업인 출신의 대선후보에 대해 비교적 호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어려움과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 대선전에 뛰어들면 기업의 중요성을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기대감이다.

그러나 재벌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정서가 있는 상황에서 재벌출신 인사가 권력까지 추구할 경우 국민여론이 반재벌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박래정 이명재 ecopark@donga.com 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