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씨 로비 세무서에도 통했나

계좌추적으로 상당부분 드러났다. KEP전자는 물론 지주회사인 세종투자개발도 위기다. 고위선을 통해 제압하는 것은 최선이다.(이용호씨측 보고서 내용)

가산세만 내면 되는 문제다. 1억3000만원을 정당하게 부과했다.(서울 금천세무서)

회계조작 사실이 드러나자 이용호()씨측은 대단한 위기감을 느꼈지만 막상 징세당국은 별것 아닌 문제로 판단했다. 이 때문에 600억원대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중인 지앤지(G&G전 세종투자개발) 회장 이용호씨 계열사인 RGB시스템의 탈세혐의가 99년10월 국세청에 적발되고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이는 서울지검이 지난해 5월 이씨를 긴급체포하고도 놓아준 사실과 함께 사법과 조세라는 국가존립의 두 근간이 허술하게 지탱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특히 이용호씨측이 작성한 내부보고서나 자금인출기록 등은 이씨가 입버릇처럼 말했던 내 로비능력은이란 말이 과시형 발언이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세청이 몰랐나?서울지방국세청 마포세무서는 99년 10월 이후 이용호씨 계열의 KEP전자가 가짜 영수증을 사들여 장부를 조작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용호씨가 소유한 KEP전자 이모 부장이 당시 작성한 마포 처리방안에는 KEP전자 세종투자개발(현 G&G) 등의 은행계좌추적으로 (조사가) 상당히 진전됐다고 적었다. 보고서 끝부분에는 특별세무조사가 이뤄지면 모()회사인 KEP전자는 물론 지주회사인 세종투자개발도 심각한 문제라고 돼 있다.

그러나 마포세무서에서 자료를 넘겨받은 금천세무서는 정당한 조사를 벌였고, 부가세를 부가하면 될 문제일 뿐이어서 그대로 집행했다고 말했다.

결국 세무당국의 미온적 처리로 이용호씨는 위기를 피했고, 그의 범죄행각은 계속될 수 있었다. 대검 중수부가 청구한 구속영장에 따르면 이씨는 99년 10월 이후에도 보물선 주가조작 154억원 계열사 횡령 218억원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로비가 통했다?본보가 단독입수한 검찰 수사자료에는 이용호씨가 세무조사를 막기 위해 로비를 시도했다는 징후가 자주 나타난다.

마포 대처방안에는 3가지 해법이 제시됐다. 1안:확대를 막기 위해 고위선을 통한 제압이 최선책 2안:마포세무서 담당 반장-과장-서장 라인을 직접 접촉해 해결하는 방안 3안:최악의 경우 특별세무조사를 받는 방안이 적혀 있다.

세종투자개발의 자금일지에 따르면 이용호씨 동서인 김모씨는 99년 10월22일 세종투자개발에서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1000만원을 인출했다. 이 돈은 같은 날 RGB시스템 관리인인 홍 모씨에게 전달됐다. 홍씨는 원만한 일의 성사로 1000만원을 받는다는 자필 영수증을 김씨에게 줬다. 홍씨는 바로 다음날 마포세무서로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홍씨는 마포세무서 정모, 곽모씨가 진행한 조사과정에서 장부조작 사실을 부인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장부와는 달리) RGB시스템은 이익을 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장부상으로는 RGB시스템이 이익을 낸 것으로 돼 있다. 사실상 장부조작 등을 시인했던 것이다.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