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린 프로복싱 남북대결은 마치 국내 프로야구 라이벌전을 보는 듯했다.
20일 서울 세라톤 워커힐호텔 특설링에서 벌어진 북한 국적의 재일교포 3세 홍창수와 조인주의 프로복싱 WBC 슈퍼플라이급 타이틀 리턴매치.
비록 양편으로 나뉘어 벌어진 응원전의 열기는 뜨거웠지만 국제경기에서 흔히 있는 상대방에 대한 야유나 욕설은 전혀 없었던 것이나 경기 후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이 꼭 그랬다.
총련계 재일교포 응원단 231명을 포함한 일본인 응원단 500여명은 홍창수가 경기장에 들어오기 전부터 홍창수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이에 뒤질세라 국내 팬은 조인주가 들어올 때 조인주의 이름을 외쳤다. 국가 대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한 목소리로 열창하느라 잠시 멈췄던 응원전은 경기가 시작되며 더욱 치열해졌다. 홍창수의 주먹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재일동포와 일본인들은 전진! 전진! 홍창수 등을 외쳤고 국내 팬은 조인주가 공격할 때마다 조인주를 소리높여 외쳤다.
너무 과열되는 거 아니냐라는 우려는 5회 45초 만에 홍창수의 KO승으로 경기가 끝난 뒤 기우로 변했다. 승리의 기쁨에 잠겨 링을 도는 홍창수에게 국내 팬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고 이에 화답하듯 재일동포 응원단도 링을 내려가는 조인주를 향해 박수와 함께 조인주의 이름을 연호했다.
홍창수도 조국은 하나다라고 외친 뒤 링에서 내려오며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국내 팬들에게 큰 목소리로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한복을 입고 경기장에 나온 홍창수의 아버지 홍병윤씨(63) 역시 한국 기자들에게 창수는 우리의 선수라고 강조했다.
홍창수는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번 따뜻한 응원을 해줘 이길 수 있었다며 기회가 되면 다시 서울에서 꼭 경기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2차방어전을 KO승으로 장식한 홍창수는 24승(6KO)1무2패, 조인주는 18승(7KO)2패를 각각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