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스트, 사회악 풍자

는 시나리오 작가, 팝 칼럼니스트, 방송 리포터로 전천후 문화활동을 해온 이무영 감독의 데뷔작이다.

그가 감독 각본 음악 연기 등 1인4역을 맡아가며 내놓은 이 영화는 종래 한국 상업영화의 코드에서 분명 한발 빗겨나있다.

이야기는 신문 사회면을 장식해온 사악한 뉴스들을 집대성한 듯 하다. 전역한 군장성의 부자집 아들인 마태오(안재모)는 반듯한 외모와 부족할 것 없는 가정형편에서 자랐지만 거액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들을 시켜 아버지를 납치하는 범죄를 계획한다. 하지만 일은 엉뚱하게 꼬이고 이들의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이무영 감독은 이같은 스토리를 특유의 풍자적인 스타일로 풀어가면서 기상천외의 인물묘사에 나선다.

어린 시절부터 돈의 정치 사회적 마력을 뼈속까지 체득한 마태오는 군대를 빠지기 위해 온갖 짓을 다하고 음주운전으로 경찰관을 죽이고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인물이다.

돈 때문에 마태오의 친구가 된 유글레나(강성진)와 아메바(박상면)는 현대인의 대표적 콤플렉스를 보여준다. 고자인 유글레나가 성적 불구자라면 뇌를 다친 아메바는 지적 불구자다. 권력욕에 집착하는 유글레나는 끊임없이 마태오에 대한 배반을 꿈꾸는 반면, 노예근성에 사로잡힌 아메바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마태오를 맹종한다.

졸부근성으로 똘똘 뭉친 마태오의 아버지(박영규)는 영화속에서 군대와 경찰로 대표되는 폭력적 권위주의의 상징이고 바람 난 새어머니는 그 권위주위에 기생하는 음란성을 상징한다.

이 영화에서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엽기 문화코드다. 경찰에게 맞아 장독이 오른 아메바는 똥물을 세바가지나 마시고, 구데기가 들끓는 썩은 다리를 끌고다니며 불쑥 등장하는 거지(김명수)는 ''짧은 인생을 무의미하게 목욕으로 낭비하는 것은 죄악''이란 설교를 늘어놓는다.

깨끗한 척 깔끔을 떨지만 속으론 곪아터지고 악취를 풍기는 현대인의 모습에 대한 일종의 조롱이다.

이무영 감독은 자신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단 뜻일까. 영화 속 기자로 출연한 감독은 돼지우리 속에서 자신을 목매다는 것으로 영화의 결말을 맺는다.

이 영화의 최대 미덕은 절묘한 음악선곡에 있다. '밭가는 돼지' 등 인디밴드인 어어부밴드의 노래를 주축으로, 고 최무룡의 '외나무 다리', 닉 케이브 앤 더 배드 시즈의 'Death Is Not the End' , 스테레오 MC의 'Connected'까지 트로트, 팝, 랩을 아우른 영화음악은 근래 한국영화 최고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권재현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