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은 맨몸으로 국내 최대 기업을 일군 만큼 불도저 같은 저력으로 신화를 창조한 마술사로 불렸다.
그는 평소 나는 현대를 통해서 기업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냈다고 말하곤 했는데 그 모든 일을 해내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았고 산 모퉁이를 돌 때마다 하나의 신화가 탄생하곤 했다.
신화의 시작 아도서비스
새로운 사업을 궁리하던 정주영은 1940년 동업자 두 사람과 함께 사채를 얻어 자동차 수리공장 아도서비스를 인수했다. 그러나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공장은 잔금을 치른 지 닷새만에 정주영의 실수로 불이나 잿더미가 돼버렸다.
겨우 목숨만 구한 정주영은 공장뿐만 아니라 고객이 맡겨놓은 자동차까지 태워버려 빚더미에 올라앉고 말았다.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던 그는 또 사채를 빌려 자동차 수리공장을 재개했다. 신설동 빈터에 무허가로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남들보다 빨리 고치고 수리비를 비싸게 받는 식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악몽의 고령교 공사
대구와 거창을 잇는 고령교가 625 전쟁통에 파손되자 정부는 1953년 이를 복구하기로 했고 전쟁전에 현대건설을 세웠던 정주영은 이를 맡았다.
그러나 이 공사는 정주영에게 골칫덩어리로 변하고 말았다. 계절에 따라 다른 낙동강 수심과 열악한 장비시설, 예기치 않은 홍수 등이 공사를 방해했다.
가족과 동료들은 공사를 중단하자고 했으나 정주영은 사업에는 신용이 최우선이라는 신념으로 형제들의 집을 팔고 얻을 수 있는 빚은 모두 얻어 1955년 결국 계약한 기한보다 2개월 늦게 공사를 완공했다.
중동신화의 서막 주베일 항만공사
1976년 사우디아라비아가 발주한 주베일 항만공사는 공사금액만 당시 우리나라 예산액의 절반에 맞먹는 9억300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4600억원)로 세계 건설업계가 20세기 최대의 역사로 불렀던 일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9억3114만달러로 낙찰 받았다.
공사를 진행해가던 정주영은 또 하나 아이디어를 구상해냈다. 모든 기자재와 콘크리트 슬래브를 울산 조선소에서 제작해 세계 최대 태풍권인 필리핀 해양을 지나 걸프만까지 대형 바지선으로 운반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성공적으로 끝낸 뒤 현대건설은 쿠웨이트 슈아이바항 확장공사, 두바이 발전소 등 중동일대 대형 공사를 잇따라 수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