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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로마 장군의 참교육

Posted June. 18, 2026 08:13   

Updated June. 18, 2026 08:13


붉은 망토를 두른 남자가 의자에 앉아 벌거벗은 남자를 손으로 가리킨다. 근육질의 알몸 사내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몸을 비틀고, 주변의 아이들은 그를 몰아세우며 어디론가 끌고 가려 한다. 대체 이들은 누구이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이 그림은 프랑스 고전주의의 거장 니콜라 푸생이 1637년에 그린 ‘카밀루스가 팔레리의 교사를 제자들에게 넘기다’(사진)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고대 로마의 장군 마르쿠스 푸리우스 카밀루스와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는 한 학교 교사다. 사건은 기원전 394년경 로마와 에트루리아 도시 팔레리 사이의 전쟁 중에 일어났다.

당시 로마군이 팔레리를 포위하자 한 교사가 출세욕에 눈이 멀어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을 성 밖 로마군 진영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는 아이들을 인질로 넘기면 카밀루스의 환심을 사고 큰 보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의 예상과 정반대였다. 카밀루스는 교사의 파렴치한 행위에 분노해 즉시 교사의 옷을 벗기고 두 손을 뒤로 묶은 뒤 아이들에게 넘겨줬다. 푸생은 바로 이 극적인 순간을 화폭에 담았다. 이후 교사는 어떻게 됐을까.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에 따르면 아이들은 막대기로 교사를 몰아세우며 성안으로 돌아갔고, 이 소식을 들은 팔레리 시민들은 카밀루스의 정의로움에 감복해 결국 자발적으로 항복했다.

푸생은 이 역사적 일화를 단순한 전쟁 이야기로 그리지 않았다. 승리한 장군의 무용담이 아니라 정의와 윤리에 관한 이야기로 재해석했다. 학생을 보호해야 할 교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제자들을 이용하려 했을 때 가장 무거운 벌은 육체적 처벌이 아니라 학생들 앞에서 권위를 잃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그림은 40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여전히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스승은 무엇으로 존경받는가. 진정한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