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고된 국회의원, 고위 관료, 고위 법관의 재산이 26일 공개됐다. 고위 관료의 경우 4명 중 3명의 재산이 늘었는데 ‘주식 가치 상승’이 주된 요인이었다. 그러나 국민은 이들이 언제, 어떤 주식을 사고팔았는지 알 수 없다. 주식과 가상자산의 거래 내역이 당국에 신고만 될 뿐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직자 재산 공개는 공적 권한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걸 막는 장치다. 그런데 부동산과 달리 주식과 가상자산은 수시로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연 1회 공시는 사실상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한다. 예를 들어 정책 발표 직전인 2월 담당 공무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샀다가 7월에 팔아 이익을 남겼더라도 현 시스템에선 정부 내 몇몇 담당자 외에는 알기 어렵다.
또 김남국 전 대통령디지털소통비서관처럼 국회 상임위나 소위위원회가 열린 시간에 200번 이상 가상자산 거래에 몰두했더라도 언론 등에서 알 도리가 없다. 입법·행정·사법부에서 2000명 이상의 재산공개가 한날한시에 이뤄지니 ‘묻어가기’도 쉽다.
반면 미국에선 2012년 제정된 ‘주식 법(Stock Act)’에 따라 의원이나 배우자가 1000달러(약 150만 원) 이상의 주식이나 가상자산을 사거나 판 경우 45일 안에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외부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거래 내역을 추적 감시할 수 있는 것이다. 미 공화당 상원위원인 리처드 버 정보위원장이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정부의 비공개 브리핑을 듣고 170만 달러어치 주식을 처분한 사실이 드러나 정보위원장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한국식 제도였다면 그가 언제 주식을 사고팔았는지조차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정기 공시와 함께 재산에 ‘상당한 변동’이 있을 때 수시 공시를 하도록 권한다. 미국 외에도 유럽연합(EU) 회원국 상당수 역시 정기·수시 공시를 병행하고 있다. 고위공직자의 사익 추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국내 상황에서 연 1회 공시를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다. 이제라도 재산공개를 ‘연례 행사’가 아닌 ‘실시간 감시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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