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의 배터리가 닳은 것처럼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첫해가 끝나가고 있는 가운데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대통령의 집권 2기 일정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며 집권 1기 때보다 지치고 피곤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1946년 6월생인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79세로 취임일 기준 미국 최고령 대통령이다.
NYT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공식 행사는 1029건이다. 집권 1기 첫해인 2017년(1688건)과 비교해 약 39% 감소했다. 대통령이 공식 일정을 시작하는 시간도 늦어졌다. 2017년엔 평균 오전 10시 31분쯤 일정을 시작했지만 올해는 정오를 넘은 낮 12시 8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오전 11시 이후 워싱턴 백악관의 집무실로 내려간다. 그 전엔 이른바 ‘행정 일과(executive time)’로 불리는 시간을 갖는다. 관저에서 TV 시청, 신문 읽기, 전화 통화 등을 한다는 의미다. 그는 늦게 잠자리에 드는 ‘올빼미’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집권 1기 때도 정해진 공식 회의나 보고 없이 ‘개인적이고 비공식적인 활동’으로 채워진 이 행정 일과를 적극 활용했다.
다만 해외 순방은 오히려 1기 때보다 늘었다. 올해만 이미 8차례 해외 방문을 했다. 1기 첫해에는 4차례였다. 주말에는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주로 골프를 즐긴다. 재집권 후 그가 주말, 공휴일 등에 무엇을 했는지는 대부분 비공개라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도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10월엔 ‘이란’을 ‘북한’으로 잘못 말하는 등 말실수를 연발해 건강 및 인지 기능 우려가 나왔다. 다만 그럴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치매설’까지 제기된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자신을 비교하며 건강을 과시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고령에 대한 비판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82세까지 재임한 바이든 전 대통령과 자신을 비교했지만 현실은 그보다 복잡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뒤 각종 행사에서 피곤해 보이는 모습도 수차례 노출했다. 앞서 6일 집무실에서도 눈꺼풀이 내려가 있었고, 깜빡 잠든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가 최근 연설에서 횡설수설하는 듯한 현상이 잦은 것도 고령의 증거라고 NYT는 지적했다. 예전부터 산만하게 말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집권 2기에 이런 모습이 더욱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뒤 ‘사후 세계’에 관한 언급도 자주 하고 있다. 그는 14일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천국’을 언급했다. ‘천국’, ‘심판’ 등 사후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언급하는 것 역시 나이 때문이라고 NYT는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 그의 주변 인사들은 여전히 대통령을 강철 체력의 ‘에너자이저 토끼(Energizer Bunny)’로 묘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