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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어 키운 동생, 생존 기대했는데… 소방관과 함께 울었다”

“업어 키운 동생, 생존 기대했는데… 소방관과 함께 울었다”

Posted November. 13, 2025 07:54   

Updated November. 13, 2025 07:54


“살아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12일 오전 울산 남구 중앙병원 장례식장.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로 숨진 김모 씨(63)의 빈소에서 김 씨의 여동생은 “갑작스러운 사고에 영정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며 오열했다. 김 씨는 사고 발생 이튿날인 7일 오전 위치가 확인된 매몰자 3명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잔존 구조물의 붕괴 위험으로 수색이 지연됐고, 소방당국이 11일 보일러 타워 양측 2기를 발파한 뒤에야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김 씨의 아내는 실종 기간이 길어지며 극심한 스트레스와 피로로 쇠약해진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큰누나(75)는 “동생은 7남매 중 여섯째였고,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내가 업어 키웠다”며 “사고 소식을 봤을 때도 내 동생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울먹였다.

용접 기능공이었던 김 씨는 부산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부터 최근까지 울산지역 공사 현장 곳곳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왔다고 한다. 그는 이번에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해체를 위한 ‘취약화 작업’에 투입돼 25m 지점에서 일을 하던 중 붕괴한 구조물에 다른 작업자 6명과 함께 매몰됐다. 김 씨 큰누나는 “소방관들이 매몰 상태인 동생 신원을 확인해 주고 ‘못 구해 드려 죄송하다’고 말하며 울었고 우리도 울었다”며 “위험한 데서 끝까지 찾아줘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전날 김 씨에 이어 이날 오전 5시 19분경 보일러 타워 5호기 잔해 속에서 60대 남성 이모 씨 시신 1구를 추가로 수습했다.이 씨는 전날 오후 10시 14분쯤 위치가 파악돼 구조대가 밤샘 수색 끝에 발견됐다. 이날 이 씨의 시신이 임시로 안치된 남구 울산병원 장례식장도 온종일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사고 일주일째인 이날까지 이번 사고 매몰자 7명 중 공식 사망자는 5명으로 늘어났고 남은 매몰자는 2명이다. 소방당국은 나머지 매몰자 2명에 대한 구조 작업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구조 및 수색에는 구조대원 70여 명과 민간 해체 전문가 40명 등 110여 명이 투입됐다. 1명은 위치가 파악됐고, 나머지 1명은 위치를 알 수 없는 상태다. 실종자 수색을 위해 수색견과 매몰탐지기 등 첨단 장비를 동원하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2차 붕괴 우려와 많은 잔해물로 작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구조 대상자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