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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보물 20점 찾고 굿즈 받아가세요… 재미는 덤

국립중앙박물관 보물 20점 찾고 굿즈 받아가세요… 재미는 덤

Posted November. 07, 2025 07:16   

Updated November. 07, 2025 07:16


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3층.

QR코드로 접속한 모바일 지도의 안내에 따라 웅장한 고려시대 동종과 화려한 목조보살입상을 지나자 불교조각실의 한구석에서 높이 20cm의 청동 불감(佛龕·휴대 가능한, 부처를 모신 집 모양 유물)이 은근한 조명을 받고 있었다. 이 독특한 전시품 옆엔 ‘슬픈 시대가 남긴 귀한 것’이라는 입간판이 놓였다.

QR코드를 비추자 “1417년 만들어진 이 불감은 조선총독부가 남긴 사진 기록물인 유리건판 덕에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는 오디오 해설이 흘러나왔다. 불감을 받친 분청사기 좌대(座臺)는 10여 년 전까지 수장고에 외따로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유리건판 사진을 보고서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처럼 제 주인을 찾았다고 한다.

중앙박물관이 용산 이전 20주년을 맞아 참여형 관람 프로그램 ‘20년의 이야기, 유물과 사람’을 지난달 22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박물관 소장품 총 44만 점 가운데 20년 새 흥미진진한 사연이 밝혀졌거나, 관람객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유물 20점을 엄선했다. 특별 제작한 웹페이지로 보물찾기하듯 전시를 감상하도록 구성됐다. 보물을 찾을 때마다 찍은 도장의 수에 따라 굿즈가 제공된다.

관람객이 웹페이지에 접속하면 ‘나의 감상 유형’ 테스트를 거쳐 나만의 관람 코스를 짤 수 있다. 안식가형에게는 조선 백자 ‘달항아리’를, 탐험가형에게는 ‘고구려 무덤벽화 모사도’를 추천하는 식이다. 이후 각 유물의 위치가 표시된 지도를 보면서 전시장을 찾아다니면 된다. 박물관 야외정원에 놓인 ‘약사부처와 미륵부처’ 등 평소라면 지나치기 쉬운 유물까지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다.

각 문화유산과 남다른 인연을 맺은 학예연구사 20여 명의 회고를 오디오 해설로 듣는 재미도 있다. ‘서봉총 신라금관’은 2015년에야 비로소 원형을 되찾았는데,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보관하다가 훼손한 뒤 건성으로 땜질한 사실을 담당 학예사가 밝혀냈다고 한다.

기자는 이날 오후 4시 반부터 6시 폐관까지 도장 10개를 모았다. 선물로 엽서와 토트백이 제공됐으나 다른 관람객을 위해 사양했다. 박물관에 따르면 지금까지 도장 20개를 모두 모아 온 이들은 1560명. 다 채우면 엽서, 토트백에 굿즈 20% 할인권(또는 이야기 도록)도 받을 수 있다. 12월 28일까지.


이지윤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