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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北과 갈등 해결” 러브콜 보내면서도 “분쟁은 우리와 무관”

트럼프 “北과 갈등 해결” 러브콜 보내면서도 “분쟁은 우리와 무관”

Posted June. 30, 2025 07:40   

Updated June. 30, 2025 07:4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다시 한 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강조하며 “북한과 갈등이 있다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이란-이스라엘 전쟁에서 적극적인 군사 개입 등으로 ‘해결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한 번 북-미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만약 갈등이 발생하면 우리와 무관한 일”이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간 대화 의지는 강조하면서, 남북한 간 갈등에 대해선 선을 그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또 북한은 29일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에 화답하는 대신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 트럼프, 이란과 달리 北에 대해선 대화 의지 강조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김 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낸 게 사실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나는 김 위원장과 정말, 정말 잘 지내며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만약 갈등이 있다면 우리는 그 갈등을 북한과 함께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편지를 보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즉답을 하지 않은 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고 전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친서를 작성해 김 위원장에게 보내려 했지만, 뉴욕 유엔본부에 주재하는 북한 대표단이 이를 접수하기를 거듭 거부해 실패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또다시 김 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나타낸 것을 두고, 적극적이면서도 강경한 군사력 사용을 추진했던 이란과 달리 북한에 대해선 외교적 해결을 선호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는 북-미 대화와 남북한 문제를 나눠서 접근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그는 김 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드러낸 뒤 “만약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우리와는 무관한 일이다. 우리는 그런 문제들이 벌어지는 곳들로부터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같이 그간 북-미 간의 문제로 인식해 온 사안과 관련된 갈등은 직접 해결할 의지를 보였지만, 이를 제외한 남북한 간의 무력 충돌 등에 대해선 선긋기를 나타낸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 북한 “주권과 존엄은 힘으로”

한편 29일 북한은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을 통해 “적대세력들이 제재의 올가미로 우리의 명줄을 조이려 할 때는 물론 완화의 기미를 보일 때도 자력갱생의 기치를 순간도 내리운 적이 없었다”며 미국의 접근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세계가 불안정과 혼란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미국과 서방 나라들의 날강도적 주권침해 행위에 근원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호소나 구걸로 주권과 존엄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망상이고, 강한 힘을 비축할 때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제질서가 수립될 수 있다”고 전해 힘에 의한 자립을 강조했다.

반면,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는 보란듯이 전했다. 노동신문은 올가 류미보마 러시아 문화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전날 평양에 도착했다고 이날 밝혔다. ‘북-러 조약 1주년’ 체결을 기념해 북한 문화성이 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한 것이었다. 러시아 관영매체는 북한이 최근 준공한 강원도 원산의 갈마 해안관광지구에 러시아 관광객들이 다음 달 7일 처음 방문한다고도 보도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여러 현안이 많아 당장 북-미 회담이 열릴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북한 입장에선 당장 화답할 필요가 없다”며 “북-미 대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되고 북한의 정권 수립 기념일에 가까워질 가을 무렵 가시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우선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