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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굴뚝에 ‘검은 연기’… 콘클라베 첫날 교황 선출 불발

바티칸 굴뚝에 ‘검은 연기’… 콘클라베 첫날 교황 선출 불발

Posted May. 09, 2025 07:20   

Updated May. 09, 2025 07:20


7일(현지 시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가톨릭 추기경단의 비밀회의 ‘콘클라베’ 첫 투표에서 새 교황을 선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콘클라베 이틀째인 8일부터는 하루 4번 투표가 이뤄질 예정이라 이르면 이날 새 교황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콘클라베가 진행되면서 바티칸 안팎에선 새 교황이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뚜렷한 개혁 드라이브를 이어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 이르면 8일 ‘흰 연기’ 피어오를 수도

이날 오후 9시경 시스티나 대성당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치자 성베드로 광장에 모여 있던 4만5000여 명의 인파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콘클라베가 시작된 후 연기가 피어오르기까지 3시간이 넘게 걸렸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됐던 콘클라베의 첫 투표 때보다 약 1시간 더 걸렸다.

첫 투표 후 추기경단은 바티칸 경내 게스트하우스인 산타 마르타의 집으로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했다. 콘클라베 첫날에는 투표가 한 번만 이뤄진다. 첫 투표는 선거인단이 후보군을 가늠하는 탐색전 성격이라 교황이 선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통상 새 교황 후보군은 둘째 날부터 윤곽이 드러난다. 8일부터는 투표가 하루에 총 4번 이뤄질 예정이다. 추기경단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첫 번째 투표를 진행한다. 선거인단의 3분의 2인 89표 이상을 얻은 후보가 없으면 낮 12시에 두 번째 투표를 하고 점심식사를 한다. 이후 오후 5시 30분, 오후 7시경 투표를 이어간다. 둘째 날에도 교황을 선출하지 못하면 두 번째, 네 번째 투표 후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린다. 교황이 선출되면 즉시 흰 연기를 피워 올린다.

가톨릭교회에선 최근 진행됐던 콘클라베를 감안할 때 이르면 8일, 늦어도 10일 전에는 새 교황이 선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최근에 실시된 두 번의 콘클라베도 모두 이틀째 결론이 났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섯 차례 투표 끝에, 2005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네 차례 투표 끝에 선출됐다. NBC 뉴스에 따르면 1900년 이래 콘클라베는 평균 3일 동안 진행됐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추기경단 사이에 큰 이견이 없으면 2, 3일째 새 교황이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선거인단이 역대 최대 규모에 국적도 가장 다양한 만큼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티머시 돌런 추기경은 뉴욕타임스(NYT)에 “지난번 콘클라베보다 더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 새 교황, 가톨릭 개혁 이어갈까

바티칸 안팎에선 차기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작한 가톨릭 교회 변혁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시국 행정부 장관에 프란치스코 수녀회 소속 라파엘라 페트리니 수녀를 임명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가톨릭교회 역사상 여성이 바티칸시국 행정부 최고 직책에 오른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여성 사제 임명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가톨릭계에서 시급한 개혁 과제로 꼽혀 왔지만 반대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다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여성 고위직 확대 노력으로 과거보다 ‘여성 사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는 확산된 상태. 이에 차기 교황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

동성애와 낙태, 성소수자 등에 새 교황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도 바티칸의 뜨거운 감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와 낙태, 이혼, 재혼 등에 관해 포용적인 입장이었지만 동성혼과 낙태를 허용하진 않았다.

중국과의 수교도 차기 교황이 중요하게 다룰 업무로 꼽힌다. 바티칸은 현재까지 중국과 수교를 맺지 않고 있으며, 대신 대만과 수교를 맺고 있다. 바티칸으로선 중국이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초대형 선교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내부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 정부의 주교 임명권을 인정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서 중국어 기도문이 처음 낭독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란 평가가 많다.


최지선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