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부과된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9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혔다. 전날 이 관세를 적용한 지 약 13시간 만에 ‘일단 멈춤’ 버튼을 누른 것이다. 반면 중국에 대한 관세율은 기존 104%에서 125%로 더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은 최근 미국 주식, 국채, 달러 가격이 큰 폭 하락하는 등 ‘관세 폭격’에 따른 후폭풍이 커지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패권 경쟁국인 중국과 다른 국가를 ‘갈라치기’해서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견제’, 다른 국가에는 ‘협상’ 기조를 강조해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고, 주적인 중국에 공격을 집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유예를 발표한 후 백악관 행사에서 “국채 시장은 아주 까다롭다. 어젯밤에 (국채 시장을) 보니 사람들이 좀 불안해했다”고 밝혔다. 국채 가격 하락이 이번 유예 결정에 큰 영향을 줬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유예 최종 결정 시점은 “오늘 이른 아침”이라고 했다. 전 세계를 겨냥한 관세 폭탄의 부작용으로 금융시장 등에서 급속도로 경고음이 커지자 급하게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식·채권 시장의 급락과 기업 최고경영자, 의원, 외국 정상의 압박이 맞물리면서 대통령이 한발 물러섰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중국 관세율을 더 올린 배경을 두고 “중국이 세계 시장을 무시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인상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매우 정밀하게 계산해 (관세율을) 설정했다. 더 올릴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내 친구이며 나는 그를 좋아한다”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매드맨식 최대 압박’(Madman’s Maximum Pressure)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러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보여 상대의 혼란을 유발한 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소식에 아시아 증시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6.60% 상승한 2,445.06으로, 닛케이225지수는 9.13% 오른 34,609.00으로 각각 마감했다. 대만과 홍콩 증시도 전날보다 9%, 2%가량 올랐고, 관세 유예 대상에서 제외된 중국 본토 증시도 약보합세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7.7원 내린 1456.4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