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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채팅방 군인들에 “금품제공” 유혹, 기밀 수집한 중국인 체포

오픈채팅방 군인들에 “금품제공” 유혹, 기밀 수집한 중국인 체포

Posted April. 03, 2025 07:52   

Updated April. 03, 2025 07:52


현역 군인들을 포섭해 군사 기밀과 비공개 자료를 수집해 온 중국인이 지난달 말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현역 장병들이 참여한 오픈채팅방에 잠입해 현금 등 대가를 제시하며 군사 기밀과 비공개 자료를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에게 포섭돼 군 인트라넷에서 한미 연합연습 관련 정보 등 비공개 자료를 제공한 전방 부대의 한 육군 병사도 체포돼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군 장병인 척 접근…“기밀 주면 돈 줄게”

2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국군방첩사령부는 지난달 29일 제주에서 한국군 기밀 탐지 및 수집 조직의 일원으로 행동책인 중국인 A 씨를 체포해 현재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A 씨는 조직 총책의 지시를 받고 자신들에게 기밀을 제공 중인 우리 군 장병을 만나 기밀 제공의 대가를 건네기 위해 제주에 왔다가 현장에서 붙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A 씨가 만나려던 우리 군 장병은 사실 정보당국 관계자로 일당에게 포섭된 척하며 ‘가짜 기밀’을 건네 신뢰를 쌓아 왔다고 한다.

현재 A 씨는 수도권의 한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된 가운데 방첩사를 오가며 수사를 받고 있다. 방첩사는 A 씨의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해 이들 일당에게 기밀이나 비공개 자료를 넘긴 현역 장병이 얼마나 있는지는 물론 중국에 있는 조직의 실체, 국내에 있는 조력자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A 씨를 포함한 중국인 일당은 지난해 초부터 현역 장병이나 장교 지원자 등이 주요 멤버로 군 생활 등과 관련한 소소한 정보를 주고받는 오픈채팅방에 자신들도 현역 장병인 척하며 잠입했다. 이후 오픈채팅방 멤버 프로필을 살펴본 뒤 일대일 대화를 걸어 소소한 대화로 경계를 무너뜨린 다음 군사 기밀을 건네주면 금전 등의 대가를 제공하겠다며 포섭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 양구군에 있는 한 부대에서 복무 중인 병사도 이들에게 포섭된 뒤 스파이 카메라 등을 부대에 반입해 국방망(인트라넷)에 게재된 한미 연합연습 진행 계획 등 내부 자료를 촬영해 수차례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방첩사는 이 병사가 금전적 대가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사는 비인가 휴대전화를 부대 내에 몰래 반입해 내부 자료를 촬영했다고 한다. 다만 이 병사가 제공한 비공개 정보 중엔 기밀로 분류되는 정보는 현재까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첩사는 이 병사 외에도 이들에게 기밀 등을 제공한 장병이 더 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中 정부 연관 가능성도… “간첩죄 적용 대상 확대 시급”

수사당국은 중국에 있는 총책이 우리 장병들을 포섭하려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중국군에 소속돼 있다고 말한 점 등을 근거로 해당 조직과 중국 정부가 연관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중국에 군사 기밀 탈취를 설계 및 총괄하는 조직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총책 역시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국정원과 방첩사 등 수사당국은 이번 위장 수사 과정에서 중국인 일당이 기밀이나 군사상 비공개 자료를 받은 뒤 그 대가로 금전을 건네기 위해 국내에 있는 중국 동포 등을 동원한 증거를 확보하고 이들에 대한 수사도 곧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 외에도 지난해 11월 중국인이 국정원 건물을 촬영하다가 붙잡힌 사건 등 중국인이 안보를 위협하는 사건이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을 보다 엄격하게 수사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북한)을 넘어 중국 등 제3국까지 확대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