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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사망, 핵-남북정상회담 스트레스 탓”

“김일성 사망, 핵-남북정상회담 스트레스 탓”

Posted March. 29, 2025 07:14   

Updated March. 29, 2025 07:14


“김일성이 핵문제와 남북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스트레스와 과로로 심장에 무리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 이틀 뒤인 1994년 7월 10일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김하중 주중 한국대사관 공사와 만남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당국자는 “1993년 중국 전문의가 심장병 치료를 위해 2∼3차례 북한에 갔다”며 “사인이 심장병이란 북한 주장은 사실일 것”이라고 했다.

1994년 7월 말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주석이 숨졌던 당시 상황은 외교부가 생성 30년이 지나 28일 공개한 외교문서를 통해 상세히 공개됐다.

문서에 따르면 북한 김영남 외교부장은 사망 발표 전에 중국에 “(아들인) 김정일이 김일성의 모든 정책을 그대로 계승할 것”이라고 알렸다. 중국 외교부 인사는 “김 주석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덩샤오핑(鄧小平)에게 아들 문제를 탁고해뒀다”고 전했다. ‘탁고’란 고아를 맡긴다는 뜻이다. 월터 먼데일 주일 미국대사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 대해 “얼빠진듯하고(goofy), 어린애같아(childish) 지도자로는 부족한 것 같다“고 평가한 사실도 드러났다.

1994년 10월 북미 핵협의인 제네바 합의를 앞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통화에서 ‘코리아 패싱’을 항의하려 한 정황도 공개됐다. 당국이 준비한 김 전 대통령의 통화 말씀자료에 “국민들 사이엔 북한 핵문제 교섭이 당사자인 우리가 배제된 채 논의되는 사실을 굴욕적으로 생각하는 의견이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란 내용이 적힌 것.

미 에너지부가 1981∼1994년 한국과 북한 등 50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할 당시 에너지부 내규도 공개됐다. 한국은 “국가안보상황, 핵미확산, 지역불안정 및 테러지원 문제 등”을 이유로 민감국가로 지정됐고, 한국 연구원들은 에너지부 산하 핵무기, 원자력 관련 민감시설을 방문할 때 미 정보기관의 조사를 받는 등 제한을 받았다.


고도예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