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이 얼마인데요. 절대 비싼 게 아닙니다.”
서울 아파트 ‘대장주’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는 2021년 3.3㎡(평)당 5653만 원에 분양했다. 당시 역대 최고 분양가였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단지라 고분양가 논란이 더욱 거셌다. 분양가 결정 과정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당시 기자에게 이런 논란이 억울하다며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
4년 전 일화가 떠오른 건 요즘 래미안 원베일리 가격 때문이다. 3일 이 단지 ‘국민평형’(전용면적 84㎡)이 70억 원에 팔렸다. 3.3㎡(평)당 가격은 2억590만 원으로 분양 당시의 3.6배 수준이다. 지난해 말 이 단지 전용면적 133㎡에서 3.3㎡당 2억 원 넘는 거래가 나온 지 3개월 만에 국민평형 3.3㎡당 가격도 2억 원을 넘은 것이다.
가격만큼 눈여겨볼 대목은 거래 시기였다. 지난해 12월은 대출 규제와 탄핵 정국으로 아파트 매수 심리가 얼어붙은 때였다. 서울시가 지난달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면서 집값이 들썩였지만, 서초구는 애초에 허가구역이 아니었다.
이처럼 강남권 아파트 수요층은 대출이나 규제에 덜 민감하다. 자산이 넉넉한 영향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집값 상승을 확신하기 때문일 것이다. 강남권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워낙 탄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런 수요가 요즘 들어 부쩍 거세졌다고 입을 모은다. 문재인 정부 때만 해도 전국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와중에 강남권이 더 가파르게 올랐다. 그런데 지난해부턴 전국에서 사실상 강남권 집값만 나홀로 오르고 있다.
이런 수요는 개개인에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집값 차이가 곧 자산 격차로 이어지는 데다 다주택자 중과세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일자리, 교통, 교육 등 모든 인프라가 강남권으로 몰리고 있다보니 실거주 만족도도 높다.
특히 ‘교육을 생각하면 강남밖에 답이 없다’고들 한다. 교육 격차는 서울 안에서도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2020년대 이후 서울에서도 학생 수 감소로 학교 7곳이 문을 닫았다. 개교 100년이 넘는 종로구의 동성중·고는 송파구 이전을 추진한다고 한다. 학원 강사로 일하는 지인은 “10여년 전만 해도 대치동, 목동, 중계동 학원가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지금은 학원가 규모와 강의 퀄리티 모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고 했다.
서울시는 19일 강남 3구와 용산구 모든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섣불리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었다가 집값이 급등하자 35일 만에 이를 번복하고 확대 지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서울시는 시장 과열이 지속되면 9월 말까지인 규제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렇다고 비상 조치 성격의 규제를 무작정 늘릴 수도 없다. 언제가 풀어야 하는데 대책없이 풀었다간 억눌린 수요가 용수철처럼 튀어오를 수 있다.
이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주택 공급은 늘리는 동시에 강남권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분산시킬 유인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교육 격차 해소가 시작일 수 있다. 서울 외곽 학교에 집중 투자해 학원에 보낼 필요가 없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자녀 교육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강남으로 간다’는 수요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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