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배추 달아요’ 대사 하나에 관식이란 인물이 다 담겼다고 생각했어요.”
배우 박보검(32·사진)은 24일 서울 영등포구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속 주인공 관식의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관식은 어린 시절부터 애순(아이유)을 한결같이 바라보고 곁을 지키는 인물이다. 시장에서 애순 대신 양배추를 팔아주는 등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애순이를 향한 보호와 응원, 믿음이 그 말 안에 다 들어 있어요. 짧은 대사지만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죠.”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인 관식을 박 배우는 “듬직하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불렀다. 그는 아버지 역할을 해본 게 처음이다. “한 생명체가 날 바라보는 설정 자체로도 귀하고 소중했다”고 한다. 하지만 극 중반부 아픈 가족사를 겪으며 관식은 무너지고 만다.
박 배우는 “그 감정을 다 표현할 순 없지만, 부모의 슬픔이 조금이라도 전해지길 바랐다”며 “촬영 당시 비가 조금씩 내렸다. 모든 게 감정과 겹쳐서 아무것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고 떠올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폭싹 속았수다’는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4위를 기록 중이다. 그는 “사람들은 관식처럼 묵묵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존재를 믿는다”라며 “이런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드라마라 더 의미 있다”고 했다.
이번 작품이 ‘자신의 삶에 어떤 계절로 남을 것 같냐’고 묻자 그는 살포시 미소 지었다.
“지금 제 삶의 계절은 봄 같아요. 이 작품을 하며 마음속에서 무언가 새롭게 피어나고 있거든요.”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