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평균 관세율이 (미국보다) 4배 높다”며 관세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안보를 볼모로 한국에 관세뿐 아니라 방위비분담금 인상,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등을 통해 압박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다음달 2일까지 불과 26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은 탄핵 정국 장기화로 인한 대응 공백에 따라 ‘트럼프발 태풍’을 직격타로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마이클 왈츠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장관급 접촉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외교장관, 산업장관에 이어 세 번째다. 신 실장은 이날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평균 관세가 4배 높다”고 발언한 데 대해 “사실 양국 간 관세가 거의 없는 것이어서 이 부분은 또 논의해야 할 거 같다”면서도 “통상관계 부처가 미국의 상무부나 무역대표부(USTR) 등과 긴밀히 협의가 되고 있어서 좋은 결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협이 가시화되는 관세 분야에서 양국 간 실질적인 협의를 이뤄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자동차 관세 부과를 한 달 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국가와 산업, 범위 등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최대한의 결과치를 이끌어내는 식이다. 이 때문에 캐나다와 멕시코는 물론 일본, 인도, 호주 등 미국의 주요 아시아 동맹국들은 정상회담과 통화로 관세 면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정부도 일시적인 관세 부과 유예와 예외를 얻어내기 위해 물밑 소통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란 평가가 앞선다. 앞서 지난주 방미길에 오른 안덕근 산업자원부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관세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지만 한미 실무협의체는 아직 구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도 다음주 워싱턴을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첫 회동을 가진다.
전문가들은 발 빠른 대응과 함께 내실 있는 협상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의 시비를 따지기보다는 안보실장, 산업장관 등 열린 채널들을 잘 유지해 가면서 미측에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이고 유연한 태도로 협상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며 “정부는 기업들과 논의해 나름대로의 안보, 통상 종합 패키지를 준비해 두는 것이 제일 좋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