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6일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며 대통령 탄핵 찬성 입장으로 전격 선회했다. 윤 대통령이 곧장 한 대표에게 독대를 요청해 두 사람이 만났지만 한 대표는 탄핵 찬성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한 대표가 당내 20여 명의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윤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2차 추가 계엄’ 가능성을 주장하며 7일로 예정된 탄핵소추안 표결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비상 행동에 돌입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 이번 비상계엄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이 재연될 우려가 크고 대한민국과 국민을 큰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크다”며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켜야 한다”면서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를 주장했다. 전날(5일)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번 탄핵에 대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에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후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불러 회동했다. 하지만 한 대표는 “대통령으로부터 내 판단을 뒤집을 만한 말은 못 들었다”며 탄핵 찬성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만났지만 현재로선 특별한 조치는 안 할 것이라고 했다”며 “대통령에게 ‘3일 비상계엄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국민들에게) 입장을 직접 설명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이어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제 의견은 (윤 대통령의) 업무를 정지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과거 ‘최순실 사안’은 측근들이 해먹은 내용이지만 이건 군을 동원해 국민을 향한 계엄 선포 및 국회에 진입한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탄핵 압박 강도를 더욱 높였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계엄 사태 관련 특별성명을 통해 윤 대통령을 “국가 내란 범죄 수괴”라고 규정하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직무에서 배제하고 그 직의 유지 여부를 우리 국민의 판단과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그는 “수사, 체포, 구금, 기소, 처벌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긴급 회동에 대해서도 “잔물결이 일렁이긴 해도 큰 흐름은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전까지 국회의원 보좌진 당직자 전원에게 국회 비상 대기를 지시하는 등 긴급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