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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법안 상정도 못한 국회

Posted January. 10, 2024 07:59   

Updated January. 10, 2024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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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열린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가 경제 및 국민의 삶과 밀접한 민생 법안들이 상정되지 않았다.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 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산업 현장의 혼선이 우려되고, 4만7500가구에 해당하는 실거주 의무 폐지가 이뤄지지 않아 주택 시장엔 벌써 혼란이 찾아왔다. 이달 25일, 내달 1일로 예정된 1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도 이들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법안 부재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여야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법안 100여 건을 처리했지만 핵심 민생 법안들은 상정되지 않았다. 당장 이달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50인 미만 중소 상공인들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 법안은 여야의 이견 속에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적용 유예 조건으로 내건 취약 기업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새로운 조건만 계속 내걸며 협상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의 공식 사과도 없고, 지원 대책도 기존 대책을 짜깁기한 것”이라며 여당을 탓했다. 여야의 네 탓 공방 속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다수의 영세 기업이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주택법 개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주택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당장이라도 처리할 수 있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실거주 의무 폐지가 ‘갭투자’를 조장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다. 결국 실거주 의무 대상인 2021년 2월 19일 이후 분양된 아파트를 산 소유주들이 위기 상황에 처했다. 돈이 모자라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르거나, 잔금이 없어 집을 되팔 경우 100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1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입주가 임박한 일부 단지에서는 집주인이 전입신고를 하는 대신 월세를 저렴하게 내놓는 ‘편법 매물’이 속출하는 등 현장 혼란이 이미 시작된 상태다.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급물살을 탔던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여야가 다가온 총선 정국에서 정략적 이익에만 매몰돼 정쟁만 일삼다가 정작 필요한 민생 법안을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일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