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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흉기 피습, 혐오 정치가 부른 테러 

이재명 흉기 피습, 혐오 정치가 부른 테러 

Posted January. 03, 2024 08:07   

Updated January. 03, 202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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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새해 첫 일정으로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했다가 흉기 피습을 당했다. 60,70대로 보이는 혐의자는 파란색 종이 왕관에 ‘내가 이재명이다’라고 쓰고 사인을 해달라고 접근해 이 대표의 목 부위를 칼로 찔렀다. 이 대표는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후 서울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야당 대표에 대한 테러는 처음이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정치 테러의 무풍지대가 아니다. 2006년에는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섰다가 커터칼 습격을 당해 지금까지도 얼굴에 10cm 정도의 수술 자국이 남아있다. 2022년에는 당시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 후보 유세 도중 둔기로 머리 부분을 가격당했다. 칼이나 둔기가 아니더라도 주먹 가격이나 달갈 투척 등을 포함하면 빈도수가 훨씬 많다. 민주 정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혐의자는 충남에 거주하는 60대로 알려졌지만 범행 동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범행 동기와 배후 여부를 철저히 밝혀내 엄정한 처벌을 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다만 섣부른 예단 없이 수사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 테러범은 예상대로 한나라당에 적대적인 사람이었지만 송 전 대표 테러범은 뜻밖에도 ‘종전선언’을 주장한 극좌 유튜버였다. 둘 다 배후는 없었다.

배후가 있다면 정말 심각한 일이고, 배후가 없다고 해도 혐오의 감정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퍼져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므로 심각한 것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아래로부터의 정치’가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정치적 대립이 갈등을 넘어 혐오로 흐르는 경향이 강해졌다. 오늘날 정치인 중에는 갈등을 조정해 통합에 이르는 게 정치의 과제임을 아예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듯하다. 그들은 지지자들을 설득하기 보다는 그들에 영합하면서 혐오를 조장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평소에야 어떠했든 신년에는 덕담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는 신년사부터 날카로웠다. 윤 대통령은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고 했고, 이 대표는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잘못된 통치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차이가 없다”고 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적 갈등은 격화하기만 할 것이다. 신년 벽두부터 터진 테러 사건이 여야 막론하고 책임이 없지 않은 혐오의 정치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