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는 너무 많은 전쟁이 있었다. 충격적이고 혁신적인 전술과 어이없는 전투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쇼킹했던 전쟁이 1967년에 벌어진 6일 전쟁일 것이다. 이집트와 시리아가 주력이 되고 요르단, 레바논, 이라크까지 힘을 합쳐 이스라엘을 공격했던 이 전쟁은 6일 만에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났다. 아랍이 믿던 최강 세력인 이집트는 개전 3일 만에 굴복했다.
이집트의 허망한 패배는 개전과 함께 이집트의 모든 공군기지를 공습해 공군 전력을 초토화시킨 이스라엘 공군의 선제타격이 결정적이었다. 시나이 반도는 하늘에서 공격하면 피할 곳도 숨을 곳도 없는 곳이다.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한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시나이 사막에 무력하게 노출된 이집트군의 전차, 차량, 병사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이스라엘 공군의 승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이스라엘 공군과 조종사들의 노력과 전술의 결실이었지만, 세상의 모든 극적인 승리가 그렇듯이 이집트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국제 여론을 의식한 이집트는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선제공격했다는 명분을 얻고 싶어 했다. 이집트는 선제공격을 허용하더라도 공군의 피해는 20% 내외일 것이란 엉터리 계산을 했고, 전쟁을 각오한 상황에서도 이집트 공군의 선제공격을 불허했다. 어이없게도 1973년 욤키푸르 전쟁 때는 이스라엘이 똑같은 이유로 이집트의 선제공격을 허용했다가 나라를 잃을 뻔했다.
국제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현대 전쟁에서 선제공격은 곧잘 전쟁 책임론의 근거가 된다. 상대가 공격할 의지가 없을 때 혹은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을 때 선제공격을 했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전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누가 먼저 발포했는가는 우문이 될 수도 있다.
침략 전쟁이라고 공격만 하고 국토 방어 전쟁이라고 수비만 하는 것도 아니다. 군대는 공격과 방어에 모두 숙달해야 하며, 그래야 방어 전쟁도 수행할 수 있다. 전쟁은 막아야 하지만, 전쟁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상대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