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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곳간 바닥낼 작정 아니면 추경 논란 직접 정리하라

文, 곳간 바닥낼 작정 아니면 추경 논란 직접 정리하라

Posted February. 09, 2022 07:58   

Updated February. 09, 2022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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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 증액 규모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정부가 1월 편성한 14조 원 규모의 추경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35조 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50조 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제 국회 상임위 예비심사에선 40조 원 증액안이 의결된 바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국회 예결위에서 “35조 원, 50조 원 규모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명백히 드린다”고 했지만 힘에 붙이는 모양새다.

 이번 추경은 현 정부 들어 10번째, 코로나 이후에만 7번째다. 3년 연속 선거 직전 추경을 편성하는 기록도 세웠다. 회계연도가 새로 시작되는 1월에 추경을 편성한 것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이후 71년 만이다. 코로나 장기화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3·9 대선이 없었다면 이처럼 무리하게 추경을 편성하지도, 여야가 수십 조 원 증액 경쟁을 벌이지도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여야 및 정부의 입장이 마구 뒤엉킨 혼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국회 심의과정에서 사각지대 해소 등 합리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성심껏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또 “신속한 지원이 생명”이라며 국회 협조를 당부했다. 35조, 50조 원 등 여야가 추경 증액 규모를 남발하고 있는 데 대해선 일언반구 없이 ‘합리적 대안’ ‘신속 처리’라는 두 가지 애매한 메시지만 내놓은 것이다.

 지난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 논란이 벌어졌을 때 문 대통령이 취한 태도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문 대통령은 당시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에서 손실 보상을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한 차례 언급했을 뿐 이후 코로나 추경 편성을 놓고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논란을 매듭지은 적은 없다.

  ‘1월 추경’ 편성 자체를 놓고도 비판 여론이 큰데 한두 푼도 아니고 한번에 수십조 원을 증액하라는 여야의 경쟁적 요구는 황당할 정도다. 오죽하면 일부 증액을 내비쳤던 김부겸 총리도 “몇 십조 원이 어디서 한꺼번에 툭 떨어지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했겠나. 정부의 방역 조치에 따른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지만, 재정이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여당 대선주자와 의원들이 추경 증액을 반대하는 홍 부총리를 향해 “월권” “대의민주주의 부정”이라고 압박하고 심지어 “탐관오리” “민생 능멸” 등 극언을 퍼붓는 상황 자체가 정상이라 할 수 없다. 곳간을 탈탈 털고 떠날 작정이 아니라면 문 대통령이 좀 더 분명하게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