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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묻는다 “왜 우리는 집 때문에 절망해야 하나”

청년들이 묻는다 “왜 우리는 집 때문에 절망해야 하나”

Posted April. 02, 2021 07:37   

Updated April. 02, 2021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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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 폭등에 내집마련 기회를 잃은 청년들의 분노와 절망감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버려졌다는 생각이 들고, 내가 못 오를 사다리라면 차라리 엎어졌으면 좋겠다는 얘기까지 나올 지경이다. 동아일보는 2021년 창간기획 ‘극과 극-청년과 청년이 만나다’를 통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보수와 진보성향을 가리지 않고 우리 청년들에게 부동산은 절망과 불신의 대상이었다. 지금이라도 청년들의 주거 걱정을 해결해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결혼과 출산 감소는 물론,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토론에 참여한 빈수진 씨는 청년 임대주택 10곳에 지원서를 냈다. 9번 떨어지고 딱 한 군데 붙은 곳에 살고 있다. 빈씨는 임대주택 입주가 취업만큼 어려웠다고 말했다. 본인은 운이 좋았지만 당장 살 곳 없는 친구들이 더 많다고 했다. 정부는 청년 주거 복지로 임대주택을 내세웠지만 실제론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빚을 내 집을 산 청년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언뜻 집값이 올라 성공한 듯하지만 금리가 오른다는 소식에 대출이자 걱정이 많다. 청년 4명 중 1명이 취업을 포기하거나 그냥 쉬는 상황이다. 안정된 직장을 갖지 못하면 빚을 내볼 기회조차 없다. 정부가 정책을 낼 때마다 오히려 집값이 오르다 보니 “그냥 아무 것도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내집 마련을 아예 꿈꾸지 않는다는 청년도 많았다. 이진명 씨는 “집값이 너무 올라버리니까 저 높은 사다리를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집값은 사다리를 걸치기에 너무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현 정부 출범 당시 6억 원 남짓이었지만 지금은 10억 원에 육박한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졸업자 중 취업자의 평균 연봉은 3115만 원이었다. 서울 중위가격 아파트를 마련하려면 32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청년들은 “성실하게 일하며 빚을 갚아나갈 능력이 있는 청년들은 집을 가질 수 있어야한다”고 말한다. 청년들에게 대출 장벽이 너무 높다는 뜻이다.

 집이 충분하다던 정부는 뒤늦게 공급 정책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집값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태다. 일자리, 대출, 공급량 등 청년 주거를 둘러싼 모든 여건이 열악하다. 실질적인 주택 공급을 늘려 청년들에게 언젠가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 임대주택이나 전세 지원 등 안전망을 확대하고, 청년 대출 제도도 세밀히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