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소니’ 손흥민(28·사진)의 ‘토트넘 100호 골’이 석연찮은 판정으로 무산됐다.
손흥민은 24일 영국 스토크온트렌트의 베트365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토크시티(2부)와의 2020∼2021 카라바오컵(리그컵) 8강전에서 토트넘이 2-1로 앞선 후반 31분 해리 케인(27)의 패스를 받아 질주한 뒤 상대 골키퍼가 앞으로 나온 순간 오른발로 공을 툭 띄워 차며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슈팅과 동시에 선심의 깃발이 올라가며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케인의 패스를 받는 순간 손흥민이 스토크시티 대니 바스보다 상대 팀 골문에 더 가까이 있었다는 것. 중계 화면으로 보면 손흥민은 명백히 ‘온사이드’ 위치였지만 주심은 부심의 판정을 인정해 골을 인정하지 않았다. 손흥민이 곧바로 손가락을 흔들며 항의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토트넘은 케인의 쐐기골에 힘입어 3-1로 이기고 4강전에 진출했다.
현지 언론들은 손흥민의 득점 취소가 아쉬운 판정이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손흥민의 공격은 완벽하게 골로 보였고 오프사이드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했고, ‘풋볼 런던’은 “골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된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운이 나빴다”고 보도했다.
VAR(비디오판독)를 실시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잉글랜드 풋볼리그(EFL)는 리그컵 4강전부터 VAR 시행을 의무화하고 있다. 8강전에서는 안 해도 문제가 없다. 공영방송 BBC는 “손흥민이 득점했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필요한 순간에 VAR가 없었다”고 전했다. 토트넘 조제 모리뉴 감독도 “VAR가 있었다면 손흥민의 골이 득점으로 인정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번엔 VAR가 없어서 문제였지만 손흥민은 VAR 때문에 골을 넣고도 인정받지 못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21일 레스터시티와의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 방문경기(토트넘 1-2 패배)에서 후반에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었지만 동료의 패스를 받는 상황이 VAR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로 선언됐다. 온사이드로 인정받는 상대 최종 수비수와 동일선상에 있었지만 주심은 손흥민의 어깨가 조금 더 나왔다고 판단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손흥민의 어깨 위치가 16mm 앞섰다”는 기사를 썼다. 당시 판정을 두고 BBC 간판 해설가 게리 리네커(60·영국)는 “지금의 VAR는 쓰레기처럼 쓰이고 있다. 경기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축구의 생명력을 빨아먹고 있다”고 비난했다.
리그 11골로 득점 공동 2위에 올라있는 손흥민은 토트넘 통산 99호 골을 기록한 뒤 2경기째 침묵했다. 28일 울버햄프턴과의 EPL 15라운드 경기에서 ‘100호 골’ 삼수에 나선다.
김정훈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