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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때늦은 석고대죄, 진정한 보수혁신 출발점 돼야

野때늦은 석고대죄, 진정한 보수혁신 출발점 돼야

Posted December. 16, 2020 07:40   

Updated December. 16, 202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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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것에 대해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탄핵받아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으면 국민을 하늘처럼 두려워하며 자숙해야 마땅했으나 반성과 성찰의 마음가짐 또한 부족했다”며 국정농단 사태 이후 4년이 지났는데도 당이 제대로 혁신하지 못한 점도 사과했다.

 두 대통령을 배출한 한나라당, 새누리당의 명맥을 잇는 보수정당의 대표로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난 2017년 3월10일 당시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이후 3년 9개월 만이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배알도 없는 야당”이라고 비난하는 등 야권 일각에서 이견도 표출됐지만, 한번은 선을 긋고 가야 할 사안이다.

 보수야당이 통렬한 사과를 통해 과거와의 결별을 다짐한 것은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지만, 국민은 이번 대국민사과가 보수야당 혁신의 출발점이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보수야당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친박-비박 갈등 같은 밥그릇 싸움에 골몰하면서 지리멸렬한 모습만 보여주었다. 시대 변화의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한 채 고루한 꼰대 정당, 기득권만 지키고 누리려는 웰빙 정당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7년 대통령선거,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국민의 매서운 심판에 3연속 참패를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 위원장의 사과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해 중도층 표심을 잡아보겠다는 일회성 정치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보수야당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까지 세 번이나 당의 간판을 바꾸었다. 그럼에도 국민은 보수야당이 변화했다고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에 기대어 곁불이나 쬐려고 해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보수야당은 극단세력과의 결별, 구태와의 단절을 통해 지금과는 체질이 완전히 다른 정당으로 과감하게 변신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현 집권세력의 입법 독주와 국정 실패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