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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징계 없이 묻힐뻔한 ‘프랑스판 플로이드 사건

경찰징계 없이 묻힐뻔한 ‘프랑스판 플로이드 사건

Posted June. 25, 2020 07:57   

Updated June. 25, 202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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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하다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46)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프랑스에서도 벌어졌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찰의 과잉 진압 방식 폐지를 두고 프랑스 내 찬반 갈등이 커지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북아프리카 이민자인 세드리크 슈비아 씨(43)는 올 1월 3일 도로에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그는 당시 오토바이를 타고 파리 에펠탑 인근 케브랑리 박물관 앞을 지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슈비아 씨가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운전했고 식별이 불가능할 만큼 번호판이 더러운 점 등 교통규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그에게 다가섰다.

 슈비아 씨는 “난 잘못한 게 없는데 왜 그러냐”고 말하자 한 경찰관이 성적인 농담을 하며 그를 비웃었다. 슈비아 씨와 경찰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졌고,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경찰관 4명이 슈비아 씨를 바닥에 엎드리게 한 채 목 뒷부분을 누르며 수갑을 채우려 했다. 슈비아 씨는 22초간 7차례나 “숨을 쉬기 어렵다”, “질식할 거 같다”고 외쳤다.

 그럼에도 경찰은 멈추지 않았고 슈비아 씨는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었다. 경찰은 구급차를 불렀지만 의료진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슈비아 씨는 혼수상태였다. 그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틀 후 사망했다. 부검 결과 외부 압력에 의한 질식과 후두부 골절로 판정됐다. 그는 5명의 자녀를 둔 가장이었다.

 그러나 4명의 경찰관은 이후 별다른 징계나 조사를 받지 않았다. 슈비아 씨 가족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경찰은 이달 17일에야 감찰을 시작했다. 이 사건의 전말은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이 프랑스 언론에 제보되면서 폭로됐다.

 문제의 경찰관들은 “당시 ‘숨이 막힌다’는 말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 당시 슈비아 씨가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운전했다는 경찰의 말과 달리 그의 오토바이에는 핸즈프리 장치가 부착돼 있는 등 경찰의 주장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진압 방식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에는 아프리카 등 과거 식민지 국가에서 온 이민자가 많다. 경찰들은 백인에 비해 이들을 가혹하게 심문하거나 체포하는 경우가 잦다. 2016년 당시 24세 흑인 청년 아다마 트라오레가 파리 근교 보몽쉬르우아즈에서 경찰에게 연행되던 중 사망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비판이 커지자 프랑스 정부는 8일 “용의자의 목 부분을 눌러 체포하는 방식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경찰노조 등에서 “테러나 강력범죄 대응이 어렵다”고 강하게 반발해 목 누르기 체포 방식 폐지는 유예된 상태다. 슈비아 씨의 딸 소피아 씨는 23일(현지 시간)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을 눌러 제압하는 방식은 하루 빨리 폐지돼야 한다”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책임을 지고 대책을 내놔라”고 촉구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