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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지위 강화” 核 치켜드는 北

Posted December. 30, 2019 08:04   

Updated December. 30, 201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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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역사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관건적 시기에 (전원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새해 한반도 정세의 판도를 가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북한이 ‘역사적 전환’을 언급하며 ‘새로운 길’이 최종 결정 단계에 들어갔음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29일 조선중앙통신은 “새로운 승리를 마련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적 문제들이 의정으로 상정됐다”며 전날 열린 조선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개최 사실을 보도했다. 특히 북한이 ‘핵(核) 강국’을 강조할 때 사용하는 표현인 ‘전략적 지위’ 강화 방침이 논의됐다고 밝히면서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선언한 2018년 이전으로 회귀해 미국과 ‘강대강 대치’에 돌입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 역대 최대 규모의 당 전원회의… 지방 간부까지 소집


 북한이 고집하고 있는 ‘연말 시한’을 사흘 앞두고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는 28일 김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개최됐다. 2013년 3월 김정은 시대를 맞아 첫 당 전원회의가 열렸던 장소다.

 특히 이례적으로 이틀간 열린 이번 전체회의는 사상 최대 규모로 추정된다. 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 및 후보위원, 그리고 200여 명 안팎의 당 중앙위원회 위원 및 후보위원 등이 참석했던 통상의 전원회의와 달리 이번 회의엔 각 도의 인민위원장 및 시·군당 위원장 등 전국 각지의 관리들까지 소집된 것.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950명 안팎이 참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원회의가 한 해 두 차례 열린 것도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에는 4월 전원회의를 한 차례 직접 주재했다. 올해 역시 4월 전원회의를 가진 뒤 8개월 만에 다시 회의를 소집한 것. 북한이 한 해 두 차례 전원회의를 연 것은 과거 김일성 집권 시기를 제외하고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최대 규모 전원회의를 소집한 만큼 김 위원장의 중대결심이 이 회의에서 북한 지도부에 공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인상을 잔뜩 찌푸린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과 함께 회의 초반 쓰지 않았던 검정 뿔테 안경을 쓰고 경직된 표명으로 발언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통신은 “중중첩첩 겹쌓이는 가혹한 시련과 난관을 박차며 혁명발전을 더욱 가속시키고 당 건설과 당 활동, 국가건설과 국방건설에 나서는 중대한 문제”를 회의의 핵심 안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변화된 대내외적 정세의 요구에 맞게 우리 국가의 전략적 지위와 국력을 가일층 강화하기 위한 투쟁노선과 방략이 (전원회의에서) 제시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방건설’과 ‘전략적 지위 강화’는 북-미 대화 국면이 이어지던 지난해와 올 4월 전원회의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표현들이다. 이를 두고 지난해 4월 제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 총력노선을 새로운 전략노선으로 천명한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회귀를 예고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전략적 지위 강화’ 표현은) 기존 핵 무력을 포함한 국방력을 강화하는 무언가 (메시지가) 추후 나올 것이기 때문에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도 “핵·미사일 강국 건설 강화를 시사하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 ‘숨고르기’ 이후 신년부터 도발 재개될 듯


 이에 따라 신년사 발표 이후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전략적 인내가 끝나는 신년엔 국제사회의 관심을 일거에 집중시킬 만한 고강도 도발을 몰아치기로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이 연말까지는 ‘우리도 참을 만큼 참고 있다’는 명분 쌓기에 주력한 뒤 신년사를 기점으로 연쇄 도발에 나설 수 있단 것이다.

 다만 국제사회가 일제히 나서 북한에 ‘대화 복귀’를 권고하고 나선 것은 변수다. 북한이 지난 약 2년간 외교관계 복원에 공을 들여온 중국과 러시아도 적극적으로 ‘도발 자제’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김 위원장도 초고강도 도발 재개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연구실장은 “북-중과 북-러 관계가 어느 정도 복원된 상태라 북한이 무턱대고 ‘마이웨이’하기엔 다소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내적 입지가 다시 견고해졌다고 느꼈을 때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군축 협상’을 목표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외교가에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기재 record@donga.com ·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