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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고용성적 공개”…정부, 일자리 짜내기

“은행 고용성적 공개”…정부, 일자리 짜내기

Posted June. 07, 2019 07:33   

Updated June. 07, 201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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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들이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었는지 평가하는 ‘금융권 고용 성적표’를 작성해 공개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한 금융 거래가 늘고 있어 인력을 줄여 나가야 할 판에 오히려 사람을 뽑으라고 하면 이미 비대해진 고용구조를 개선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효율성 제고를 주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공공기관 일자리 늘리기와 유사한 형태의 고용 압박을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위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측정해 8월 발표한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평가 대상을 은행 외에 다른 금융업권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정부의 ‘일자리 중심 경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융권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금융권은 근로 여건이 좋고 임금 수준이 높아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라고 정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또 신기술 도입으로 금융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과정에서 고용이 얼마나 잘 유지되는지 면밀하게 관찰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 한국금융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과 함께 시중·지방은행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와 부문별 우수 사례를 공개할 예정이다. 은행마다 일률적으로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을 수 있어 개별 은행 사례를 발표하진 않고 은행 전체의 성적을 발표한다.

 금융권에서는 경영의 군살을 빼도록 유도해야 할 금융위가 오히려 혁신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로 비대면 거래가 늘고 있어 인력 수요가 줄 수밖에 없는데, 이런 환경에서 금융사들이 억지로 고용을 늘리면 노동생산성만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숫자를 내세워 금융권의 고용을 압박하기보다 신산업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규제 완화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신산업 육성, 규제 완화에 더 힘을 쓰면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며 “일자리 창출을 압박하는 건 마차를 말 앞에 두는 꼴”이라고 했다.


조은아기자 achim@donga.com · 남건우기자 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