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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찾아온 ‘겨울 나그네’

Posted May. 10, 2019 07:44   

Updated May. 10, 201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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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베르트 3대 가곡집 ‘겨울 나그네’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백조의 노래’ 완주. 영국테너 이언 보스트리지(55)가 10, 12,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선보일 대작업이다. 현존 최고 독일 가곡 해석가로 불리는 보스트리지는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역사학자이며 그의 책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한국어를 포함해 세계 13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음악 칼럼니스트 노승림 씨(영국 워릭대 문화정책학 박사)와 함께 보스트리지를 만나 슈베르트 3대 가곡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전 인터뷰에서 ‘겨울 나그네는 음울한 노래만으로 볼 수 없다’고 얘기하셨습니다.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나 ‘백조의 노래’에 대해서도 우리가 놓치기 쉬운 부분은 없을까요.

 “‘겨울 나그네’에는 기쁨과 우울, 불행, 행복의 기억들이 복합적으로 들어있습니다. 깊이 가라앉았다가 다시 환희를 떠올리는 등 극단적인 감정들이 엇갈리죠. ‘아름다운…’의 줄거리는 1820년대의 ‘제스처 놀이’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몸짓을 보고 그것이 나타내는 인물이나 말을 알아맞히는 놀이죠. 이 가곡집에서 주인공들은 이와 같은 가식과 제스처를 펼쳐냅니다. 물방앗간 아가씨는 순진하지 않은 주인공입니다.”

 ―슈베르트는 오페라 작곡가를 꿈꿨지만 금전 문제로 많은 작품을 쓰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의 가곡집들을 자신이 못 쓴 오페라에 대한 대안으로 볼 수 있을까요.(노승림)

 “슈베르트가 그런 의도를 감췄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곡들은 ‘오페라와 다른 방식으로’ 극적이라고 봅니다. 슈베르트는 오페라와 리트 형식을 분명히 구분했습니다.”

 ―당신은 이 곡들이 본디 테너를 위해 작곡된 작품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슈베르트 생전 이 곡들을 초연한 포클은 음역이 바리톤이었는데요.

 “‘겨울 나그네’ 같은 경우는 두세 곡이 높은 A(라) 음까지 올라가는 등 굉장히 높은 음이 자주 등장합니다. 포클이 초연할 때도 음역을 내려서 불렀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당신의 첫 ‘아름다운…’ 음반은 해석이 꽤 단순한 편이었습니다. 이후 해석이 바뀐 것이 흥미롭습니다.(노승림)

 “음반이란 공연과 달리 청중의 반응과 교감하며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미학적 측면에 신경을 쓰면서 아주 극히 일부만을 보여주었던 것 같습니다.”

 ―‘겨울 나그네’의 마지막 곡 ‘거리의 악사’에서는 밥 딜런처럼 목소리를 긁는 창법 등 독창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고 책에 썼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도 독창적인 시도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앞에도 음반과 실제 연주의 차이를 얘기했지만, 이 문제는 공연 당일의 청중과 내 기분, 그리고 분위기에 달린 것 같습니다.(웃음)”

 이번 공연은 가을에 본공연이 열리는 서울국제음악제의 봄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10일(‘겨울 나그네’), 12일(‘아름다운…’), 14일(‘백조의 노래’) 오후 8시 열린다. 피아노 줄리어스 드레이크. 9만∼12만 원.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