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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문화재 지킴이’ 간송이 수집한 유물 60여점

일제강점기 ‘문화재 지킴이’ 간송이 수집한 유물 60여점

Posted January. 04, 2019 07:33   

Updated January. 04, 201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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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은 크게 다섯 구역으로 나뉜다. 첫 번째 공간 ‘알리다’는 무료로 공개하는데, 5년간 DDP에서 열렸던 간송미술관 전시를 갈무리한다. ‘전하다’는 3·1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보성고보를, ‘모으다’는 보화각(간송미술관의 전신)을 소개한다. 한만호 간송미술문화재단 실장은 “역사적 의미를 보여주는 ‘히스토리 텔링’에 집중해 문화재 실물은 물론 그 뒤에 얽힌 비화도 자세히 담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영국 수집가 존 개즈비 컬렉션을 전시한 다섯 번째 공간 ‘되찾다’다. 일본 주재 변호사이자 도자기 수집가였던 개즈비가 모은 고려청자 20점을 만날 수 있다. 중국에서도 신비롭다며 ‘비색’이라고 불렸다는 옅은 초록색에 세련된 감각으로 장식된 고려시대 청자들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다. 고미술 수집가에게 꿈의 컬렉션이었던 개즈비 컬렉션을 간송은 대대로 내려온 충남 공주 일대 1만 마지기 땅을 팔아 인수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축구장 하나가 대략 10마지기 정도다. 간송 측은 개즈비의 후손을 찾으려고 최근까지 노력했지만, 그의 행적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간송 하면 떠오르는 ‘청자상감운학문 매병’(국보 제68호)도 이번 전시에 모습을 드러낸다. 당당하게 벌어진 어깨와 굽으로 이어지는 도자기의 유려한 곡선. 옥처럼 깊은 청색의 몸체를 새하얀 학과 구름이 가득 채운 걸작 중의 걸작. 일제강점기 개성 근교에서 발견돼 총독부박물관도 탐을 냈지만, 당시 서른도 안 된 청년 간송이 거금 2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 1935년 기와집 20채 가격이었다.

 한편 이번 전시는 2014년부터 DDP에서 열린 간송미술관의 마지막 전시다.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이 문을 열기 전까지 소장품은 다시 볼 수 없다.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대중을 위해 DDP에서 전시를 열었는데 어느 정도 목표가 충족됐다고 본다. 가능하면 올가을부터 성북동에서 다시 관람객을 맞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3월 31일까지. 8000∼1만 원.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