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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트럼프’

Posted September. 07, 2018 08:14   

Updated September. 07, 201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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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권력은 공포다(Real power is fear).” 한비자(韓非子)나 마키아벨리가 했을 법한 이 말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 취재기자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과의 인터뷰에서 했다. 그 문장의 ‘공포’란 단어가 우드워드가 최근 낸 신간의 제목이 됐다.

 ▷중국 영화 ‘영웅’을 보면 진시황이 자객 형가에게 황급히 쫓기는데도 근위병들이 명령이 없어 단상에 오르지 못하고 궁전 아래에서 부동자세로 서 있는 장면이 나온다. 진시황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때의 공포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5일 뉴욕타임스에 자신을 트럼프에 맞서는 ‘레지스탕스’라고 소개하며 익명의 칼럼을 써서 트럼프 행정부를 고발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신간 ‘공포’에는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기 위해 서명하려 했던 서한을 대통령의 책상에서 몰래 훔쳐 나왔는데도 대통령은 서한이 없어진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한미 FTA를 폐기하려고 했다는 사실 자체보다도 한 국가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생각이 슈퍼파워 미국의 대통령 머릿속에 충동적으로 일었다 잊혀진다는 게 더 충격적이다. 공포라는 게 단순히 무서워서라기보다는 예측 불가능한 데서 비롯되기도 한다.

 ▷하지만 미친 사람(madman)처럼 왔다 갔다 하는 선택이 의도된 것일 때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선제타격을 준비하라고 지시해놓고 한순간에 돌아서 김정은을 치켜세우며 협상하기도 한다. 그의 책 ‘협상의 기술’을 보면 상대방에게 자신이 한 가지 옵션에 목매지 않고 상반된 옵션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드워드라면 공갈과 협상을 병행해 재미를 본 전직 부동산 개발업자의 전략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도 모른 척한 측면이 없지 않다. WP는 대선 당시 기자 20명으로 트럼프 검증팀을 꾸렸는데 그 팀장이 우드워드였다. 우드워드의 신간 출간은 중간선거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와 WP의 또 한판 싸움이다.


송평인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