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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北-美대좌, 지구상 마지막 冷戰잔재 녹일 해빙을

역사적 北-美대좌, 지구상 마지막 冷戰잔재 녹일 해빙을

Posted June. 12, 2018 07:43   

Updated June. 12, 2018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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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늘 싱가포르의 ‘평화와 고요’의 섬 센토사에서 역사적인 대좌를 한다. 북-미는 어제까지 실무 의제협상을 이어가는 등 막판까지 다각적 접촉을 통해 합의문 초안을 조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내일 아주 흥미로운 회담을 하게 된다. 아주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북한 매체들도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화하면서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 조선반도 평화체제 구축,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을 회담 의제라고 공개했다.

 북-미 정상은 이제 처음으로 얼굴을 맞댄다. 수십 년간 군사적·이념적 대결을 벌인 적성국가의 두 정상 간 만남 자체가 큰 의미가 있겠지만 그에 만족하기엔 한반도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구상 유일하게 남아 있는 냉전지대를 녹이는 해빙(解氷)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두 정상은 곧바로 통역만 대동한 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일 대 일 담판에 들어간다.

 핵심은 비핵화 시간표다. 핵 폐기 이행에 따라 6·25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북-미 수교로 이어지는 북한 체제보장의 보상도 시작된다. 미국은 ‘더 크고 더 빠른’ 비핵화를 원한다. 그래야 북한도 더 크고 더 빠른 안전보장을 받아낼 수 있다. 김정은이 오늘 결단해야 할 대목이다. 빠른 성과를 이유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

 이번 회담은 비록 한국이 주선하고 중개했지만 한국이 빠진 상태에서 이뤄지는 북-미 협상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사전에 한미 조율과 남북 소통도 있었겠지만 정상회담에선 합의문과 공개발표 이외의 민감한 사안을 논의하거나 돌발적 제안에 대한 협의도 이뤄진다. 두 정상의 승부사 기질을 감안할 때 내밀한 즉석 합의도 이뤄질 수 있다. 혹시라도 미국이 당장 자신들의 위협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만 집착해 한국의 안보를 양보하는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코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되는 이유다.

 오늘 북-미 간 첫 만남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프로세스의 시작’이라고 했고, 김정은은 ‘문제해결의 첫 걸음’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뿌리 깊은 적대관계와 북핵문제가 정상회담 한 번으로 일거에 해결될 수는 없다”며 ‘긴 호흡’을 주문했다. 켜켜이 쌓인 불신을 걷어내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이제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항 여부는 두 정상이 얼마나 견고하고 지속가능한 합의를 이뤄내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