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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한숨 돌렸지만... 한미FTA 협상 더 험난

철강 한숨 돌렸지만... 한미FTA 협상 더 험난

Posted March. 24, 2018 08:15   

Updated March. 24, 201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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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철강 관세를 무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철강 관세 면제 여부 협상 시한을 다음 달 말로 못 박아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속전속결로 마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한국은 FTA 개정 협상에서 이전보다 더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철강 관세를 면제받으려면 자동차 등 미국의 관심 분야에 대해선 어느 정도 양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칫 자동차 분야에서 당초 예상보다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을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잠정 유예’ 국가로 지정했다. 4월 말까지 미국 측과 ‘조건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4월 예정된 4차 한미 FTA 개정 협상 등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철강 관세 부과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미국 측이 만족할 만한 FTA 개정이 사실상의 조건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한국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진행 중인 두 나라와 비슷하다”고 분류한 것도 근거로 들고 있다. 미국은 다음 달 8일 예정된 NAFTA 재협상을 앞두고 협상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 협상팀은 USTR를 상대로 철강 관세 면제와 한미 FTA 개정을 위한 협상을 병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4월 말까지 자동차를 중심으로 얻어내고자 하는 모든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와 부품 등은 2017년 대미 무역흑자(178억7000만 달러)의 72.6%(129억6600만 달러)를 차지한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이다. 미국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자동차라도 미국 안전기준을 충족하면 업체당 2만5000대까지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를 확대하거나 쿼터를 아예 폐지하자고 주장해왔다. 미국 수출용 픽업트럭(적재함에 지붕이 없는 차량)의 관세 유지도 미국 측 요구사항 중 하나다. 협상 과정에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기 위해 한국이 쓰려던 카드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 견제에 동참하라고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유럽연합(EU)에 철강 관세 면제를 위해서는 중국 견제에 동참할 것을 조건으로 요구했다. 한국이 같은 요구를 받은 정황은 아직까지 포착되지 않았다. 만일 같은 요구를 받게 되면 미중 간 무역전쟁에 불가피하게 휩쓸리면서 한국의 무역환경이 전반적으로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이건혁 gun@donga.com